지분제한ㆍ사후감시 등 안전장치 필요
투자 필요성 공감, 학계 “공정위 등 감시 필수”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투자 족쇄를 풀기 위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현실화 단계에 진입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인공지능( AI)·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조치지만, 특정 기업을 향한 특혜 시비와 금산분리 원칙 훼손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례’가 ‘특혜’로 변질되지 않도록 지분 제한과 사후 감시 등 철저한 안전장치 마련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일부 금산분리 완화 내용을 담은 첨단전략산업 자금조달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완화는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재계는 투자 재원 확보 차원에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10일 주요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과 대통령 주재 전략 보고회에서 “대규모 자금 확보가 저희 힘만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규제 완화가 뒷받침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역시 “최태원 SK 회장께서 예전에 투자 자금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일리가 있다고 봤다”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 애로를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재계의 요구와는 달리, 학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금산분리의 근본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회사가 손해를 보면 결국 기업 전체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산분리의 핵심은 회사를 운용하는 자금과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분리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의결권의 흐름과 현금흐름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금융회사를 사금고처럼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유인이 생긴다”며 “그래서 금산분리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추진되는 방향은 이러한 원칙을 훼손하거나 무너뜨리자는 것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논란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금산분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며,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가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을 위한 ‘특례’로 작동하려면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전적 장치로 “금융사를 설립하더라도 지분을 100% 보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인트벤처(JV) 형태로 하거나, 상호 견제가 가능한 지분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대기업집단의 금고화가 돼서는 안 된다”며 “자금을 마음대로 넣었다 빼는 구조나 비자금 창구로 오인받을 소지를 차단하려면, 100% 오너십이 아닌 지분 분산과 외부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사후 관리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투자 자금이 실제로 산업 육성을 위해 사용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금융사가 예대마진으로 과도한 수익을 거두는 것처럼, 대기업이 금융사를 통해 또 다른 ‘돈잔치’를 벌이는 구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