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는 말까지⋯영·미·프 언론이 본 ‘불수능’ 영어

입력 2025-12-1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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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보라’며 문항 원문 공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뤄진 13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제30지구 제18시험장 동원동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뤄진 13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제30지구 제18시험장 동원동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불수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난도가 높았던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에 대해 주요 외신 매체들이 집중 조명했다. 특히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의 언론사들은 논란의 수능 영어 문제를 원문 그대로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풀어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은 올해 수능 시험을 둘러싼 비판이 워낙 거셌던 탓에, 시험 시행을 총괄하던 최고 책임자인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시험으로 초래된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혹독한 수능 영어 영역은 악명 높을 정도로 어렵기로 유명하다”면서 “일부 학생들은 이를 고대 문자를 해독하는 일에 비유했고, 또 다른 이들은 ‘미쳤다’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영어 문항으로는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법철학을 다룬 34번 문항과, 비디오 게임 용어를 활용한 39번 문항이 꼽힌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실제 시험 문제를 볼드체로 그대로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직접 풀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39번 문제와 관련해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현학적인 말장난’,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글쓰기’와 같은 비판이 나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올해 높은 수능 난이도로 인해 올해 영어 영역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3%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지난해의 6%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교육 현실도 전했다. BBC는 “매년 11월 치러지는 한국의 수능은 악명 높은 8시간짜리 마라톤 시험으로, 대학 진학 여부뿐 아니라 이후의 취업 기회, 소득, 심지어 미래의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많은 청소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학원에 다니며 평생을 이 시험 준비에 바친다”면서 “일부는 네 살 무렵부터 이른바 ‘학원(cram school)’에 다니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BBC는 또 “수능은 한국 사회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쳐, 시험 당일에는 국가 전체가 사실상 멈춘다”면서 “공사는 중단되고, 항공기 이착륙이 통제되며, 군사 훈련도 시험 환경을 위해 일시 중단된다”고 소개했다.

BBC는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12명의 수능 책임자 가운데 임기를 끝까지 채운 인물은 4명뿐”이라며 “대부분은 출제 오류로 사퇴했으며, 오 위원장은 시험 난이도 문제로 사퇴한 첫 사례”라고 알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번 수능 영어 시험에 등장한 합성어 ‘컬처테인먼트(culturtainment)’ 역시 혼란의 원인이 됐는데, 이 표현을 만든 학자조차 문제를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수능으로 불리는 이 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명문대 진학에 필수적이며, 상향적 사회 이동, 경제적 안정, 나아가 좋은 결혼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진다”면서 “그러나 올해 영어 시험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수험생은 전체의 3%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2018년 영어 과목에 절대평가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당신은 한국의 ’미친‘ 대학 입학 영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능 영어 34, 35, 39번 문항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너무 어려워 사과까지 나온 한국의 영어 시험…당신은 풀 수 있겠습니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악명 높은 대학입시 시험을 총괄하던 책임자가, 지나치게 어려운 영어 시험을 출제해 대중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데 대해 사과한 뒤 사퇴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4개 문항을 풀어보라며 실었다.

프랑스 뉴스 통신사 AFP도 이번 수능 영어에서 논란이 된 2개 문항에 대해 “영어 듣기 평가 시간 35분 동안 전국적으로 항공기 이착륙을 중단할 정도로 시험을 중대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소개했다. 이어 “극도로 경쟁적인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막대한 압박은,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하는 청소년 우울증과 자살률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 왔다”면서 “한국 국회는 사설 영어 교육기관이 유아를 대상으로 입학시험을 시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 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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