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임상 진입 상황에서 AI 기반 TR로 임상 실패↓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출신이 바이오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리가켐바이오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공률을 높이고 AI 기반 정밀의료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옥찬영 박사는 루닛에서 CMO를 지낸 인물로 리가켐바이오의 신설 중개연구(TR) 센터를 맡게 된다. 옥 박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종양내과 진료 교수로 활동한 임상의이자 중개연구 전문가다. 루닛에서 6년간 CMO로 재직하며 AI 기반 병리학적 바이오마커 개발을 주도했다.
리가켐바이오가 옥 박사를 영입한 배경에는 ADC 개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단순히 페이로드(세포독성 약물)나 링커(연결고리)의 기술적 우수성뿐 아니라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옥 박사는 리가켐바이오에서 ADC 및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의 바이오마커 발굴·검증을 비롯해 임상 전략 설계, 적응증 선정 등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는 신약 개발의 효율성과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임상을 체계적이고 성공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행보라는 평가다.
중개연구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기초 과학적 발견을 실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임상적 성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임상에 진입하기 전 후보물질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단계로 전임상 연구 역시 중개연구의 연장선에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는 동물실험뿐 아니라 바이오마커 기반 예측 연구 등 다양한 접근법이 활용된다.
특히 리가켐바이오는 올해 7월 열린 ‘Global R&D Day 2025’에서 2027년까지 20여 개의 신규 ADC 파이프라인을 임상 단계로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의 효율성과 비용·시간 관리가 핵심 과제로 꼽히며 중개연구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ADC 개발에서 중개연구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ADC는 특정 암세포를 정밀하게 표적하는 항암제지만 치료 효과는 표적 항원의 발현 수준이나 환자 개별 반응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TR팀은 비임상 및 초기 임상 단계에서 약물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굴·검증해 ADC가 가장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환자군을 선별한다. 이는 불필요한 임상 실패를 줄이고 개발 기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핵심 요소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리가켐바이오가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로 올리기 위해서는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임상 실패 시 시간과 비용 손실이 큰 만큼 사전에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임상 설계를 정교화해야 한다. 중개연구팀 강화는 임상을 제대로 성공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임상팀 보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임상시험 성공 확률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확대를 목표로 중개연구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후보물질의 임상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고 항원의 암 조직 분포와 암종별 발현 양상을 분석해 적응증 선정과 임상 설계의 근거를 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 회사는 중개연구를 핵심축으로 삼아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