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선별 수주 기조 속에서도 재건축‧재개발 수주액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이미 지난해 실적을 훌쩍 뛰어넘은 가운데 내년에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대형 정비사업지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 도시정비 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총액은 47조437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27조8700억 원) 대비 70.2% 늘어난 액수다. 10대 건설사 중 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한 8개 사가 지난해 실적을 조 단위로 뛰어넘는 수주액을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도시정비 수주액 10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건설사 중 도시정비 10조 클럽에 진입한 첫 사례다. 현대건설은 2조7498억 원 규모의 서울 압구정 2구역 재건축을 비롯해 개포주공6·7단지, 장위15구역 등 조 단위의 대형 프로젝트를 단독 수주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10조 클럽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물산 수주액은 9조2388억 원으로 지난해 3조6398억 원 대비 153.8% 급증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 용산구 한남4구역을 시작으로 주택 브랜드 ‘래미안’을 앞세워 신반포4차, 여의도 대교, 장위8구역 등을 수주했다.
GS건설은 지난해 3조1097억 원에서 74% 상승한 5조4183억 원의 수주고를 달성했다. 특히 20일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된 성북1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을 따낼 경우 6조1483억 원의 수주액이 기대된다. 성북1구역은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4조7191억 원에서 5조9623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쌓았다. 기존 강점을 가진 리모델링 사업에서 시공권을 따낸 성과다. HDC현대산업개발도 1조3332억 원에서 4조1874억 원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HDC현산은 20일 시공사 선정을 앞둔 부산 온천5구역 사업권을 확보할 경우 4조 클럽 달성이 가능하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2조9823억 원에서 26.5% 늘어난 3조7727억 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DL이앤씨는 1조1809억 원에서 3조71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수주액이 3배 증가했다. 롯데건설은 1조9571억 원에서 1조 원 늘어난 2조9521억 원의 성과를 기록했다. 반면 SK에코플랜트는 1조3037억 원에서 9823억 원으로 수주액이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해 1조5794억 원의 수주액을 기록했으나 올해 수주 활동이 전무했다.

내년에도 대형 정비사업지가 시공사 선정을 앞두며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도시정비 곳간 채우기가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 도시정비사업장 시장 규모는 80조 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서울에서만 50개의 도시정비사업지가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예측됐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는 내년 상반기 중 공고가 나올 전망이다. 해당 지역은 DL이앤씨와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권 확보를 노리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도 시공사 선정에 본격 돌입한다. 9월 현대건설이 확보한 2구역에 이어 3·4·5구역이 내년 시공사를 정한다. 3구역은 6개 구역 중 면적이 가장 넓고 한강 조망이 뛰어나 압구정 재건축의 핵심으로 꼽힌다. 사업비는 약 7조 원이다.
목동도 14개 단지의 정비구역 지정이 모두 완료되며 재건축사업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목동 6단지 재건축 조합은 내년 1월 말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고 내년 상반기 중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목동 13단지도 내년 3월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며 “공사비·환율 등 원가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경쟁 입찰에 나서기보다는 서울 핵심지 위주로 분양성과 사업성이 확실한 프로젝트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일부 지구 일정이 미뤄지면서 1~4지구가 내년 동시 출격할 전망”이라며 “이들 사업장은 경쟁 입찰 가능성이 높고 압구정 3·4·5구역 역시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은 지역이라 경쟁 수주가 성사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