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게임 업종이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 섹터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게임주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내년 역시 극적인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선별적인 트레이딩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은 올해 전반적으로 매우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며 사실상 ‘전멸’에 가까운 성과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YTD) 산업별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을 보면 게임은 -0.1%로 코스피 포함 20개 산업군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였다.
국내 게임주가 두각을 보이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이용자의 줄어든 게임 소비와 숏폼 중심의 콘텐츠 소비 패턴 변화가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유저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숏폼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장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는 수요가 줄었으며, 이는 게임 산업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일례로 국내 이용자들의 일평균 유튜브, 틱톡, 릴스 등 숏폼 시청 시간은 40~140분대로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모바일 게임 플레이 시간은 하루 40~60분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여기에 중국 게임들의 약진 또한 국내 게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 게임사들은 자체 인공지능(AI)을 실제 개발에 적용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주가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AI 활용을 언급하고 있음에도 개발 효율 개선이나 기존 게임의 성장으로 이어진 사례가 부족했다.
신작 출시 후 후속작이 지연될 경우 주가는 오히려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 악순환도 반복됐다. 줄어드는 게임 플레이 시간 내에서도 외산 게임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국내 게임 산업에서 긍정적인 소비 트렌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다.
내년에도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 만큼, 증권가에서는 선별적이고 단기적인 접근 전략을 권고한다. 핵심은 주요 기대작 출시 시점에 맞춘 트레이딩이다. 신작 흥행이 실적과 주가 회복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국내 시장의 모바일 편중 현상과 달리 글로벌 게임 시장의 관심이 PC·콘솔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국내 게임사의 PC·콘솔 대작 출시 여부와 흥행 성과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사들이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며 지급수수료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엔씨소프트, 넷마블, 더블유게임즈의 플랫폼 수수료 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시장 수급 상황 변화도 기대해 볼 만한 요소로 분석된다.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3% 수준에서 5% 안팎으로 끌어올리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어, 이러한 정책 변화가 코스닥에 상장된 중소형 게임사에 관한 관심도 반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 고려 시 시장 수급의 변화 측면에서 시가총액이 보유 현금 수준까지 감소한 업체들은 정책 변화에 따른 관심도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