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 내년 건설 경기 전망은 어느 곳에서도 밝은 목소리를 찾기 힘들다. 연말에 만난 건설업계 관계자 중에는 내년 장밋빛 전망은커녕, 내후년이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예상에 이미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각종 기관에서 내놓은 수치 역시 상황을 비관적으로 만든다. 한국건설경영협회 주최 행사에서 한 전문가는 내년 국내 건설 수주가 올해보다 1.1% 증가한 231조1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나 다름없다. 올해 수주 증가율이 4.8%였던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내년 건설 투자도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올해 약 9% 감소한 264조 원 수준에 머문 건설투자가 내년 2%대의 제한적 반등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10대 건설사는 그나마 일정 수준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 상황이 낫지만, 중견 이하 건설사의 경우 더욱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공사비 상승과 금융 비용 부담이 겹치며 분양 일정은 늦어지고,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 사업 자체를 접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업황 부진이 건설업계 내부의 어려움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업은 국내 생산과 고용을 동시에 떠받치는 대표적인 기반 산업이다. 착공이 줄면 자재·장비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인테리어·유통·운송업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지역 기반의 중견 건설사가 흔들리면 지방 경기 침체도 심화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금융권 리스크 역시 건설 부진과 맞물려 악순환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버티기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단순한 업황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내년 이후 건설 경기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현재의 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업과 힘을 합쳐 사업성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과 안전망 확충에도 나서야 한다. 위기를 단순히 견디는 데 그친다면, 그 다음 해를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의 버티기가 결국 미래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시장 모두의 전략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