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닭 육수의 고소한 맛 ‘꼬꼬면’⋯하얀 국물 라면 열풍 주도[K-라면 신의 한수(21)]

내년 출시 15주년⋯라인업 확장
TV 예능서 눈도장 찍고 인기몰이
올 10월까지 2억 봉지 넘게 팔려
건김치 들어간 신제품 등 다양화

(이투데이 그래픽팀/신미영 기자)

라면 하면 떠오르는 건 붉은 국물과 꼬불꼬불한 면이다. 지금이야 국물이 없는 비빔면이나 볶음면, 짜장라면, 면 종류가 다른 짬뽕면, 우동면 등 다양한 제품이 흔하지만 2000년대만 하더라도 전형적인 라면 공식을 벗어난 제품은 흔치 않았다. 그러던 중 돌연 등장한 ‘흰 국물 라면’의 존재감은 사뭇 컸다. 바로 내년이면 출시 15주년을 맞는 팔도 ‘꼬꼬면’이다.

18일 팔도에 따르면 2011년 8월 소고기‧해물 계열의 붉은 국물의 라면 일색이던 시장에 당시 한국야쿠르트였던 팔도는 닭 육수 베이스의 ‘흰 국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은 출시 초기 닭고기 육수를 활용했지만, 시장을 소고기 맛 제품이 주도하면서 닭 기반 라면은 자취를 감췄을 때다.

그러나 같은 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요리대회에서 개그맨 이경규가 선보인 ‘치킨 라면’ 레시피가 흥행하자 팔도는 닭 베이스 라면의 가능성을 엿봤다. 새로운 맛의 카테고리가 주는 신선함에 검증된 조리법, 이름만으로 특징이 떠오르는 직관적인 브랜드력에 주목한 것이다. 최용민 팔도 마케팅부문장은 “놓치면 안 되는 제품”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꼬꼬면은 닭 육수 자체가 맛의 킥이다. 진한 소고기나 해물 국물과 달리 닭 육수 기반의 국물은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을 낸다. 부드럽고 깊은 국물이 꼬꼬면이 매콤함과 칼칼함을 동시에 지닌 라면임에도 자극적이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여기에 살짝 매운 감칠맛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더했다.

꼬꼬면은 강한 매운맛을 전면에 드러내는 일부 라면과는 달리 칼칼함을 자랑한다. 맵기에 민감한 소비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 취지에 따라 청양고추의 풍미를 활용한 은근한 매콤함을 내는 데 집중한 결과다. 결과적으로 꼬꼬면은 매콤하지만 짜지 않고, 담백하되 느끼하지는 않다.

꼬꼬면 상품화 과정에서 음식 전문 블로거 40명을 모집해 시제품을 공개했을 때도 “담백하고 칼칼한 치킨 라면”이라는 평가로 입이 모아졌었다고 팔도는 설명했다.

무엇보다 꼬꼬면은 면과 국물의 조화를 강조한 제품이다. 이에 꼬꼬면 조리 후 면이 국물을 적당히 머금어도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닭 육수의 풍미가 끝까지 유지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맑은 국물도 아닌 독특한 ‘흰 국물’로 만든 시각적‧미각적 차별성은 꼬꼬면의 정체성이 됐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꼬꼬면이 실제로 출시되자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출시 첫 달 매출 56억 원, 100일 만에 판매량이 4500만 봉지를 돌파했다. 팔도는 꼬꼬면의 흥행이 라면업계에서 팔도를 한 단 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제품 자체의 특이성에 더해 팔도가 선택한 개그맨 이경규와 함께 한 스타 마케팅과 소비자들이 응용 레시피를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마케팅 전략은 흥행 수준을 끌어올렸다.

출시 이후로도 팔도는 기본 꼬꼬면의 국물 풍미를 강화하며 맛도 개선했다. 또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제품을 확장해나갔다.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꼬꼬면 왕컵, 닭곰탕과 김치 조합에서 영감을 얻은 김치꼬꼬면 왕컵 등이 대표적이다. 김치꼬꼬면은 건김치를 넣어 아삭한 식감을 구현하고, 분말스프로 시원한 맛을 더해 흰 국물의 확장성을 보여줬다는 게 팔도 평가다.

꼬꼬면의 성공으로 삼양식품의 ‘나가사키짬뽕’, 오뚜기 ‘기스면’ 등 흰 국물 제품도 꾸준히 출시됐다.

라면 시장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연 꼬꼬면은 올해 10월 기준 2억1700만여 봉지가 판매됐다. 내년 출시 15주년인 만큼 팔도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이벤트를 계획 중이다. 팔도 관게자는 “소비자 관찰을 기반으로 진화해온 꼬꼬면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해서 고객과 함께하는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