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중요성 모르는 기업에 대해선 불매 등 집단행동 필요"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정문 앞에 집결한 국내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이 쿠팡을 향해 방망이를 내리쳤다. 이들은 사건 발생 5개월 여가 지나 수면 위로 드러난 '쿠팡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규탄하기 위해 쿠팡 사명이 적힌 박스를 격파하는 현장 퍼포먼스에 나섰다.
국내 12개 회원단체가 모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사상 초유의 소비자 참사'로 규정하고 세부적인 대응안 마련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쿠팡 창업자이자 실질적인 경영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직접 사과와 실질적인 배상 계획 발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미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은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단체들이 입장문을 발표한 지 일 주일여가 지났지만 쿠팡은 여전히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 소비자를 기만하고 대충 무마하려는 태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저희가 직접 쿠팡 본사를 찾아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쿠팡이 일주일 내에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소비자단체소송 및 불매운동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문 회장은 "이번 쿠팡 사태는 유출 자체가 피해인 데다 2차 피해로 확산될 여지가 높다"면서 "쿠팡은 1차 피해 보상 뿐 아니라 보이스피싱, 명의도용 등 2차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전액 배상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채 2주일 여가 지나도록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성토 목소리도 이어졌다. 문 회장은 "쿠팡은 국내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이지만 한국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해왔다"라며 "가장 먼저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즉각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책임있는 해결방안을 발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요구에도 김 의장이 두문불출을 이어나갈 경우 후속대응에 대해선 "미국 기업인 만큼 그에 맞춰 대응해 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밖에도 개인정보 유출 관련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복잡한 회원탈퇴 과정의 직관적 개선과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 개인정보 보호방안, 배상안 등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소비자단체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소비자들을 외면한 기업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탈팡(쿠팡 탈퇴)' 등 소비자 행동 필요성을 주창하고 나섰다. 김주원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기업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희 한국YWCA연합회 부회장도 "쿠팡이 소비자를 정면으로 배신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용서를 하면 안된다"며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외면받고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들은 기자회견 직후 황기명 쿠팡 전무를 만나 쿠팡 사태 관련 소비자 요구를 담은 공문을 전달하고 일 주일 내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문을 전달받은 직후 쿠팡은 소비자단체들이 요구한 김범석 의장의 직접 등판 여부에 대해서는 "PR부서를 통해 답변하겠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