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한스크 등 다른 점령지서도 아동 선별 움직임
‘공화국 영웅’ 박인호 만나고 북한 체제 교육
“이미 러시아 선전 도구로 이용되는 중”

본지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문제를 다룬 미국 상원 청문회가 끝난 직후인 4일 청문회에 출석했던 우크라이나 지역인권센터 소속 변호사 카테리나 라셰프스카 박사와 인터뷰를 했다.
앞서 라셰프스카 박사는 청문회에서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와 심페로폴에서 아동 최소 2명이 북한 송도원 캠프로 보내졌다”고 증언했다. 이후 캠프라는 표현에 국내 매체들은 한때 혼선을 빚었다. 캠프는 군부대, 수용소, 야영소 등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우크라이나 아동들이 이송된 곳은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였다. 야영소는 강원도 원산시 바닷가에 있는 곳으로 1993년 4월 개소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러시아를 비롯해 친북 국가 청소년들을 초청해 김일성 부자 업적과 북한체제 우월성을 선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북한 유일의 국제소년단 야영소다.
라셰프스카 박사에 따르면 16살 옐리자베타는 지난해 7~8월 진행됐던 ‘송도원 처음 가기’ 프로그램 당시 이송됐다. 지난해 7월은 북·러 협력이 강화되고 러시아 청소년들의 송도원 야영소 입소 소식이 공개됐던 때이기도 하다. 12살 미하일로는 ‘북러 친선’ 캠프가 열린 올해 7월 북한에 갔다. 루한스크 등 다른 점령지에서도 북송을 위해 아동을 선별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라셰프스카 박사가 ‘최소 2명’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야영소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는 △우정의 밤 △태권도 시범 △평양 관광 △김일성 생가 방문 등 대체로 일반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라셰프스카 박사는 “일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일본 군국주의자를 파괴하자는 내용의 게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북한 참전용사들과 만남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 때도 언급됐던 참전용사는 ‘공화국 영웅’으로 불리는 박인호로 파악됐다. 그는 1968년 미 해군 푸에블로호 나포를 주도했던 추격정의 정장(함장)이었다.
라셰프스카 박사는 “이러한 방문은 ‘문화 교류’로 명시되지만 실제로는 북한 전체주의 체제를 정당화하려는 ‘아동 외교’”라며 “점령지 출신 아이들에겐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국가를 방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까지 북한으로 보내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아동 모두 이미 세뇌되고 러시아 선전 도구가 됐다”며 “점령지 아동을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것은 아이들이 이미 러시아 정체성의 전달자가 됐음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러시아 크렘린궁에 우크라이나 아동의 강제 북송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지만, 관련 답변을 받지 못했다. ICC 역시 관련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함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