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크라이나 아동 북송 됐다는 곳,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였다

입력 2025-12-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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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 폭로 라셰프스카 박사, 미국 상원 청문회 직후 본지 인터뷰
루한스크 등 다른 점령지서도 아동 선별 움직임
‘공화국 영웅’ 박인호 만나고 북한 체제 교육
“이미 러시아 선전 도구로 이용되는 중”

▲우크라이나 지역인권센터 소속 변호사인 카테리나 라셰프스카가 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으로 끌려간 것으로 여겨지는 청소년 2명 사진을 들고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지역인권센터 소속 변호사인 카테리나 라셰프스카가 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으로 끌려간 것으로 여겨지는 청소년 2명 사진을 들고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러시아에 의해 납치된 우크라이나 아동이 북한으로 강제 이송됐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이송된 곳이 구체적으로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문제를 다룬 미국 상원 청문회가 끝난 직후인 4일 청문회에 출석했던 우크라이나 지역인권센터 소속 변호사 카테리나 라셰프스카 박사와 인터뷰를 했다.

앞서 라셰프스카 박사는 청문회에서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와 심페로폴에서 아동 최소 2명이 북한 송도원 캠프로 보내졌다”고 증언했다. 이후 캠프라는 표현에 국내 매체들은 한때 혼선을 빚었다. 캠프는 군부대, 수용소, 야영소 등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우크라이나 아동들이 이송된 곳은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였다. 야영소는 강원도 원산시 바닷가에 있는 곳으로 1993년 4월 개소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러시아를 비롯해 친북 국가 청소년들을 초청해 김일성 부자 업적과 북한체제 우월성을 선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북한 유일의 국제소년단 야영소다.

라셰프스카 박사에 따르면 16살 옐리자베타는 지난해 7~8월 진행됐던 ‘송도원 처음 가기’ 프로그램 당시 이송됐다. 지난해 7월은 북·러 협력이 강화되고 러시아 청소년들의 송도원 야영소 입소 소식이 공개됐던 때이기도 하다. 12살 미하일로는 ‘북러 친선’ 캠프가 열린 올해 7월 북한에 갔다. 루한스크 등 다른 점령지에서도 북송을 위해 아동을 선별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라셰프스카 박사가 ‘최소 2명’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야영소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는 △우정의 밤 △태권도 시범 △평양 관광 △김일성 생가 방문 등 대체로 일반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라셰프스카 박사는 “일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일본 군국주의자를 파괴하자는 내용의 게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북한 참전용사들과 만남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 때도 언급됐던 참전용사는 ‘공화국 영웅’으로 불리는 박인호로 파악됐다. 그는 1968년 미 해군 푸에블로호 나포를 주도했던 추격정의 정장(함장)이었다.

라셰프스카 박사는 “이러한 방문은 ‘문화 교류’로 명시되지만 실제로는 북한 전체주의 체제를 정당화하려는 ‘아동 외교’”라며 “점령지 출신 아이들에겐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국가를 방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까지 북한으로 보내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아동 모두 이미 세뇌되고 러시아 선전 도구가 됐다”며 “점령지 아동을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것은 아이들이 이미 러시아 정체성의 전달자가 됐음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 지역인권센터가 본지에 제시한 “개척자들과 함께 일본 군국주의자들을 섬멸하자”는 소셜미디어 게시글 자료. 본지가 원 게시글을 찾아본 결과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를 방문한 러시아 청소년 대표단 인솔자로 확인됐다.  (자료제공 우크라이나 지역인권센터)
▲우크라이나 지역인권센터가 본지에 제시한 “개척자들과 함께 일본 군국주의자들을 섬멸하자”는 소셜미디어 게시글 자료. 본지가 원 게시글을 찾아본 결과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를 방문한 러시아 청소년 대표단 인솔자로 확인됐다. (자료제공 우크라이나 지역인권센터)
이번 사례가 과거와 다른 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강제 점령한 2014년부터 해당 지역에서 체제 교육을 받은 아동들이 대상이라는 점이다. 과거 납치나 강압에 기반을 둔 이송과 다르게 강제성을 입증하기 까다로워 국제법상 처벌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라셰프스카 박사 역시 “이미 지난해 9월 점령지나 러시아, 벨라루스에 수감된 우크라이나 아동의 재교육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며 “그러나 피해 아동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해 범죄 요소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또 “이번 사례는 러시아 요원의 직접적인 강제에 의한 것보다는 점령지 교육 시스템에서 11년에 걸친 선전으로 비롯된 거라 불법적인 강제 이송이라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청소년 대표단 인솔자가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에서 북한 어린이와 함께 사격 게임을 하고 있다.  (출처 프콘탁테(러시아 SNS))
▲러시아 청소년 대표단 인솔자가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에서 북한 어린이와 함께 사격 게임을 하고 있다. (출처 프콘탁테(러시아 SNS))
그는 “그러나 군사화와 세뇌가 아동 발달에 미치는 독성 효과를 고려할 때 이러한 행위를 비인도적 처우로 간주할 근거가 있다”며 “이건 전쟁범죄이자 반인도 범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3월 유엔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아동 이송을 전범 행위라고 규정했고 유럽의회도 2023년 우크라이나 아동을 강제 이송하면 전범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셰프스카 박사는 “그동안 재교육 캠프의 가장 효과적인 조치는 제재였다. 과거 벨라루스로의 강제 이송을 막아낸 효과도 있었다”며 국제사회에 제재 동참도 호소했다.

한편 러시아 크렘린궁에 우크라이나 아동의 강제 북송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지만, 관련 답변을 받지 못했다. ICC 역시 관련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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