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어려움·행사성 점검에 단속 효과 미미…현장 혼란 가중
비용 회피→가격 파괴→분쟁 위험…불법 구조 고착화 우려

불법 유상운송이 전국 물류 현장에서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영업용 번호판(노란색)을 달지 않은 자가용 화물차가 대가를 받고 화물을 운송하며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지만 단속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법은 존재하지만 집행이 멈춘 ‘무법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국내 화물차는 약 370만대다. 이 가운데 허가된 영업용 번호판은 44만 개 수준으로 전체의 약 12% 수준으로 파악된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은 2004년 허가제 도입 이후 흰색 번호판 차량은 자가 물량만 운송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제3자의 화물을 운송하고 대가를 받으려면 반드시 노란 번호판을 취득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자가용 화물차의 유상운송은 명백한 불법으로 제67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1t(톤)급 소형 화물차를 중심으로 불법 유상운송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화물중개 플랫폼을 통한 일회성 거래뿐 아니라 화주·운송사·협력사 간 고정 루트에서도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단속 시스템이 사실상 멈춘 점도 확산 배경으로 꼽힌다. 지방정부와 광역단위 점검은 연간 몇 차례에 그치는 행사성 단속에 그치고 신고는 실명·증거 제출 부담 때문에 현장 종사자가 쉽게 나서기 어렵다. 제주도는 올해 10월 기준 불법 유상운송 적발이 5건으로 2023년과 2024년 각 2건보다 늘었다고 발표했지만 업계 체감과는 괴리가 크다는 반응이다.
비용 절감 압력도 불법 확산을 부추긴다. 합법적으로 영업용 번호판을 운용하려면 지입료, 보험 가입, 운송사업자 등록, 세금 등 여러 비용이 발생하지만 불법 자가용 차량은 이를 모두 회피한다. 이 같은 비용 격차가 가격 덤핑→공정경쟁 약화→불법 확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정식 운송사보다 단가가 약 30% 저렴해 내부에서도 ‘싼 맛’에 사용하는 분위기”라며 “단속 리스크가 사실상 0에 가까워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사고·분쟁 리스크도 크다. 불법 유상운송 차량은 보험 적용이 제한되거나 거절될 수 있으며 화물 파손 시 배상 책임도 불명확해 분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운송 과정에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화주·운송사·차주 모두 법적·재정적 위험에 노출된다.
업계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불법 유상운송은 단순 편법이 아니라 시장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문제”라며 “기술 기반 단속 강화와 예방적 제도 정비가 병행되지 않으면 합법 운송업자의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