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꺼본 적 없다”… 위상양 전 원장의 환자 살린 신념[인터뷰]

입력 2025-12-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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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양 전 장수보건의료원장, 김우중 의료인상 수상

(사진제공=대우재단)
(사진제공=대우재단)

60년 가까이 지역 의료 현장을 지켜온 위상양<사진> 전 장수군보건의료원장(83)은 지금도 휴대폰 벨소리를 꺼두지 않는다. 언제 환자가 부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의료 공백 지역에서 묵묵히 헌신해온 그는 이달 9일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한다.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위 전 원장은 “의사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말로 하는 의술이 아니라, 아픈 사람 곁을 지키는 인술(仁術)이 진짜 의사”라고 강조했다.

‘김우중 의료인상’은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30년간 추진했던 도서·오지 의료사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21년 제정된 상이다. 대우재단은 의료 사각지에서 장기간 인술(仁術)을 실천한 의료인을 선발해 의료인상·의료봉사상·공로상을 시상한다.

위상양 전 장수군보건의료원장은 1971년 처음으로 전북 장구순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는 미국 의사시험에 합격하고 미국행을 준비하던 젊은 의사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의사가 부족했고, 그는 6개월간 ‘무의촌 진료’를 나가야 했다. 그렇게 처음 배치된 곳이 전북 장수였다.

그는 “그때는 군에 의사가 없어 보건소장도 공석이었다. 차도, 길도 변변치 않아서 직접 걸어 다니며 산골마을을 돌며 진료했다. 1년 동안 각 마을을 다니며 환자를 보고, 주민들을 만나다 보니 제 이름을 모르는 어르신이 없게 됐다”고 회상했다.

오늘날 전북 공공의료 인프라가 형성되기까지 위 전 원장의 발품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예전에 장수·임실·순창에는 의료원이 없었다. 보건복지부와 전라북도청을 수없이 찾아다니며 ‘이 지역에도 공공병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임실의료원부터 시작해 설계·부지 매입 과정에 관여했고, 장수가 더 열악하다는 판단에 장수 신축도 추진했다. 나중에는 ‘장수도 지었으니 순창으로 가달라’는 요청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고향 전북 전주에서 내과를 개원하기도 했으며, 전북대 의대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2023년 다시 장수군보건의료원장으로 취임하며 공공의료에 힘썼지만, 올해 6월 교통사고 이후 가족의 만류로 그만뒀다. 그는 “보건의료원은 시골 주민을 위한 공공 종합병원”이라고 표현했다.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 기본 진료를 담당하고, 정밀 검사나 고난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상급병원으로 연계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억대 연봉을 줘도 의사 채용이 어려운 지방의료 현실 속에서도 올해 장수의료원은 내과·가정의학과 전문의 채용에 성공했다. 위 전 원장은 “병원 내 공중보건의사들과도 사람 대 사람으로 지내왔다. 또 원장으로서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내과 환자를 열심히 진료했다. 이렇게 살아온 게 자연스레 소문이 나면서 좋은 인재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위 전 원장은 의사가 된 이래 24시간 휴대전화를 꺼본 적이 없고, 항상 벨을 울리게 유지한다. 자신을 찾는 환자를 위해서다. 밤이고 낮이고 항시 전화를 받으면 환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토요일 새벽 한 여자로부터 남편이 얼굴이 시퍼렇게 돼서 죽어가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향해보니 급성심근경색 환자였다. 최대한의 응급조치를 한 뒤 전북대병원으로 바로 이송해 목숨을 살린 적이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의료인으로서의 숙명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1968년 의사면허를 획득한 위 전 원장은 약 60년간 의료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장수보건의료원을 떠난 지금도 고향 전주의 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는 “말로만 의사는 소용없다. 의사는 기술자가 아니다. 의학서를 찾아가며 치료한다고 의사가 아니다”라며 “진정한 의사는 정신이 중요하다. 의대 교수로 재직 중에 첫 강의에선 ‘의료기술자가 되지 말고, 인술을 베푸는 진정한 의사가 돼라’고 꼭 가르쳤다”고 말했다.

김우중 의료인상을 받게 된 소감을 묻자 위 전 원장은 슈바이처 박사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까지 간 기차에서 슈바이처 박사는 특등실이 아닌 3등실을 택했었다. 그 이유에 관해 묻자 슈바이처 박사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여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이 이야기가 내 의사 인생의 기준이 됐다. 의료 기술자가 아닌 인술을 베푸는 의사가 되고자 했다. 하루를 있더라도 평생 있을 곳처럼 생각하고 인술을 베푸는 의사들이 많이 양성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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