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중증·급성기 정신질환자들…“정신의료기관 정부 지원 확대해야”

입력 2025-12-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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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없고 수가 낮아 보호병동·입원 병상 사라져…‘민간병원에 맡기면 유지 불가능’

▲3일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남인순·이수진·김윤·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국가책임 정신의료 실현을 위한 정책개선 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3일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남인순·이수진·김윤·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국가책임 정신의료 실현을 위한 정책개선 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정신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해 중증·급성기 정신질환자를 치료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요청했다.

3일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남인순·이수진·김윤·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국가책임 정신의료 실현을 위한 정책개선 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를 열고 정신의료기관 관련 제도 개선과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중증·급성기 정신질환자는 입원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신의료기관은 수익성이 낮아 중증 환자를 치료할 시설과 인력 확보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민관 병원들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증정신질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줄이거나 없애기 마련이다.

정신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원가 보전율은 약 55%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의료기관이 유지되려면 45%의 비급여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신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는 평균 약 2% 수준으로 적다. 건강보험 수가 체계 역시 정신건강의학과는 기본적 포괄수가제(DRG) 개념으로, 행위별수가제가 적용되는 타 진료과와 다르다.

의료인들이 정신의료기관 근무를 꺼린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이 규정하는 정신과 병원 의사 1인당 적정 환자 수는 60명이다. 간호인력 기준은 간호사 1명당 입원환자 13명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의 정신의료기관은 150병상 기준 약 5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150병상 기준 150명이 근무하는 일본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정신의료기관 종사자들의 90~95%가 환자들의 폭언과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한 국내 연구도 있다.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장은 “과거 수련을 받을 시절 세브란스병원에 보호병동이 있었으며 2주가량 입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호병동이 없어졌고 개방병동만 있다”라며 “중증 정신질환자를 위한 시설은 돈이 되지 않고,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 병원은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 영역에서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을 소화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남 의료부장은 “단순히 수가만 올리는 것은 의료계에서도 반대 입장인데, 수익성이 높아진다고 의료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하는 적정 기준을 국가에서 만들고, 이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의료서비스의 품질관리를 해야 환자에게 좋은 보편적 서비스가 만들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국회보건의료발전연구회 회장(아주편한병원 병원장)은 “정신의료기관은 비급여율이 낮아서 타 과보다 더욱 많은 국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돌봄보다는 관리, 세심한 보살핌보다는 통제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 급성기 환자들이 적절한 대우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급성기 기간에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간호 인력 기준을 재조정하고, 병원이 보호사를 충분히 고용할 수 있도록 환자안전관리료를 보완해 의료진과 환자들의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김숙자 대한간호사협회 정신간호사회 회장은 “현행 간호사 인력 기준인 간호사 1명 당 환자 13명은 듀티(근무 시간대)를 고려하지 않고 설정된 수치라서 듀티를 고려하면 간호사 1명당 환자 65명과 다르지 않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따라서 김 회장은 “실제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사 1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환자 약 130명을 보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이한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전략기획본부장은 “지금까지는 열악한 치료 환경 속에서 의료진도, 환자들도 힘들었다”라며 “정신의료기관의 적정 인원과 비용 보전을 위한 수가 증액이 필요하며, 정신보건 체계를 사람 중심, 권리 기반으로 혁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시범사업과 제3차 정신건강계획 수립 등을 통해 제도 개선을 고민한단 입장이다. 김일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현재 제3차 정신건강계획을 수립 중이며 내년 1분기 초 정부가 공청회를 통해 설명해 드릴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과장은 “급성기 환자에 대해서는 좋은 병원에서 빨리 치료할 수 있도록 시범 병상을 기존 1600개에서 약 2000개로 확대하도록 예산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급성기 환자가 퇴원해서도 계속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 시범사업을 본사업화해, 치료 연속성을 보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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