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유주선 칼럼] ‘의료 빅데이터’ 활용 규제 풀어야할 때

입력 2025-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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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선 강남대 법행정세무학부 교수(한국경영법률학회 회장, 법학‧철학 박사)

보험계약 시 고지의무 수동화 추세
신용정보법상 개인정보 접근 한계
보험인수‧상품개발 활용 여지 둬야

보험계약자 등의 자발적 고지의무 방식에서 보험자가 질문하는 응답의무로 한정하는 ‘고지의무 수동화’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고지의무 수동화는 다른 국가에서 이미 법제화가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역시 현재의 방식에서 미래의 방식인 보험자가 묻고 보험계약자 등이 대답하는 방식으로 법제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커져왔다.

고지의무 수동화는 기술 발전과 보험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 비대칭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점에서, 이 방안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이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의료데이터의 활용과 관련하여 아직 해소되지 않은 점이 있다.

피보험자나 보험 목적물의 잠재적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결정하고 적절한 위험집단으로 분류하는 보험인수(underwriting) 과정은 보험계약 체결 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인수 시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등급을 나누어 리스크를 평가하며, 이를 바탕으로 보험계약자의 청약을 승낙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또한 피보험자나 보험목적물의 위험도에 따라 보험료나 보험금의 한도조정 등을 결정한다.

진단이나 적부 적출모델, 개별 사망 위험 예측, 실효 예측 모델 등에 있어 빅데이터의 활용은 매우 유용하다. 보험사의 경우 처방전 데이터와 사망데이터의 상관관계를 활용하여 보험의 인수심사를 개선할 수 있다. 익명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보험가입자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되어 요율 세분화 및 인수심사 고도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보험사는 인수과정에서 피보험자의 위험도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하거나 보장범위 및 가입금액을 제한하거나 경우에 따라 보험가입을 거절할 수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통한 고객, 모집인, 계약 속성 등을 분석하여 신규계약의 사고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위험수준이 낮은 경우 자동으로 보험계약을 인수할 수 있다. 계약정보나 신용등급 또는 평균입원 일수 정보데이터 등을 이용하면 계약자 자동 심사를 통한 검진절차를 생략하여 계약 심사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고지의무 수동화를 도입하되 설명의무를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타당한 방안이 되겠지만, 의료데이터 활용과 관련된 신용정보법 이슈도 제기된다. 현행 신용정보법 제33조 제2항은 신용정보회사 등이 개인의 질병, 상해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정보를 수집‧조사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미리 제32조 제1항 각 호의 방식으로 해당 개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아울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적으로만 그 정보를 이용해야 한다. 동법 시행령 제28조의 2 제2항 제1호는 “보험업법 제2조 제6호에 따른 보험회사가 수행하는 같은 조 제2호에 따른 보험업 또는 같은 법 제11조의 2에 따른 부수업무로서 개인의 건강 유지‧증진 또는 질병의 사전예방 및 악화 방지 등의 목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신용정보법상 제33조 제2항 등 해석상 신용정보회사가 의료정보를 제3자 제공 가능한 경우는 “개인의 건강 유지, 증진 또는 질병의 사전예방 및 악화 방지 등의 목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로 제한되며, 따라서 의료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보험회사가 의료정보를 제공받더라도, 보험인수나 상품개발 목적으로는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가 도출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보험가입자 보호를 위하여 고지의무 수동화가 반드시 입법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주요국의 입법적 태도를 고려할 때 반대할 수는 없다고 본다. 고지의무제도의 도입 초창기와 달리 현대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보험자의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중요사항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험사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의료정보연계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보험계약자 등의 정보를 비교적 용이하고 정밀하게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고지의무의 수동화방식은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다만 고지의무의 수동화 방식은 의료 빅데이터 활용의 불명확성을 입법적 방식으로 명확히 하는 제도개선의 방향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특히 신용정보법상 신용정보회사가 의료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 가능한 경우를 정하고 있는 법문은 너무 협소한 해석의 결과를 야기한다. 미국의 경우처럼 의료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보험사가 의료정보를 제공받아 보험인수나 상품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고지의무 수동화는 보험계약자를 통해 ‘중요한 사항’ 여부에 대한 판단 리스크를 소비자가 아닌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한 논의는 위험사정 및 계약체결, 계약내용 형성에 기초가 되는 정보가 진실 되게 고지될 수 있는 장치와 함께 의료마이데이터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때 활성화된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 유주선 강남대 법행정세무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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