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랫 매티스 CISO 등 고강도 비판
여야 한목소리로 "역대급 제재"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현실화’ 대상으로 지목한 쿠팡이 국회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1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비롯해 영업정지까지 거론한 것을 두고, 쿠팡의 실질적 경영권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국회로 불러들이기 위한 여야의 경쟁적 조처란 분석도 나온다.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는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현안 질의에서 출석, 고객 정보 관리와 미비한 후속 조치로 인해 여야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날 과방위 현안 질의는 3370만 명에 이르는 쿠팡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드러난 이후 첫 국회 차원의 대처라 전 국민의 시선이 쏠렸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 과방위 의원들은 박대준 대표를 비롯해 함께 출석한 브랫 매티스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등 쿠팡 임원들을 상대로 정보 유출 경위와 책임 소재, 사후 대응을 두고 고강도 질타를 이어갔다.
여야 의원들은 사실상 대한민국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된 이번 사태 심각성을 고려해 쿠팡에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규정 상 기업 매출의 최대 3%까지 과징금으로 물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에는 1조 원 이상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최대한 엄정한 수준에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1조 원대 과징금 뿐 아니라 전자상거래법 상 영업정지도 가능하다"고 역대급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정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도 상당한 규모의 과징금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위반 행위와 중대성 등을 판단해 종합적으로 과징금 등 처분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1조 원 이상의 과징금 부과 가능성도) 중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인지 이후 쿠팡의 소극적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이 아닌 '노출' 단어를 사용한 것은 법적 책임과 과징금 이슈를 피하려는 의도"라고 일갈했다. 이에 박대준 쿠팡 대표는 "생각이 짧았다"며 "책임을 모면하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쿠팡의 자료 제공 회피 행태도 질타 대상이 됐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쿠팡이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며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사태 관련 공식 사과문이나 유감 표명 등 이렇다 할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 김범석 의장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여야 다수 의원들은 박 대표에게 "대형 사고가 났는데 김 의장은 어디에 있느냐"고 캐물었다. 그러자 박 대표는 "글로벌 비즈니스 차원에서 해외에 체류 중"이라면서도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날선 반응이 나왔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 기업인) 쿠팡은 한국이 우스운가"라며 "국회 상임위에 나오라고 하면 대관을 동원해 빠지고, 사고가 발생하니 임원들을 총알받이로 내보낸다"며 질타했다. 이 의원은 "배달의민족은 (모회사가 있는) '독일의민족'이 된 지 오래이고, 쿠팡은 괴도 루팡이 된 지 오래"라며 "이리 해서 대한민국에서 돈 벌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도 박 대표를 향해 김 의장의 국적을 굳이 캐물었다. 박 대표는 지친 듯 "미국"이라고 답했다.
호주 국적인 브랫 매티스 쿠팡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도 혼쭐이 났다. 그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퇴사자 관리 시스템에 대해 "퇴사와 동시에 계정이 없어지고 모든 컴퓨터 등은 반납하도록 돼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 어떤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스스로 보안전문가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뒤, "현재 책임자의 대응은 사측 압박이 있거나 한국 보안시스템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소비자들의 공분은 계속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탈팡(쿠팡 회원 탈퇴) 인증도 잇따르고 있다. 매월 자동 결제되는 ‘와우 멤버십’을 해지하는 등 ‘탈 쿠팡’ 인증이 이어지는 한편 대규모 집단소송 카페 가입 인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쿠팡의 기업 가치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쿠팡Inc는 전 거래일 대비 5.36% 하락한 26.65달러로 장을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