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로 임기가 끝나는 관장 연임 여부를 둘러싸고, 이번 논쟁이 단순 인사 이슈가 아닌 기관 운영 전반의 구조적 진단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경기문화재단과 노조에 따르면 통합노조는 11월 27일 입장문에서 “최근 박물관 운영 과정에서 절차와 소통 측면에서 개선 필요성이 반복 제기돼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임을 논의하는 것은 조직 전반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재단 인권감사관실에 관련 조사·진정 절차를 이미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하며 “향후 의사결정 과정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을 경우 법적·제도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표현은 강경하지만, 이번 입장문은 노조의 ‘연임 반대 선언’이라기보다 절차와 조직문화 전반의 재점검 요구에 방점이 실렸다.
현장의 과부하 문제도 제기된다. 경기도박물관은 올해 ‘안중근 의사 유묵전시회’를 포함해 특별전 4건을 진행했고, 관람객 수는 11만명에서 16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럼에도 전시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는 학예사는 3명에 그친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한 명이 수십억원 규모의 전시를 단독으로 기획·운영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고 토로한다. 인력 정체 속에서 전시 수요·관람객 기대는 커진 반면, 연구·교육·유물 관리까지 병행해야 하는 현실이 구조적 과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경기도미술관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관람객은 20만 명 선을 넘어섰지만 학예 인력은 8명 수준에 머무르고, 9건의 전시 가운데 상당수가 1인 기획 체제로 운영됐다. 한 관계자는 “연차별 전시 수 확대보다 인력과 예산 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초 불거진 안중근의사 유묵 매입 절차 논란도 이번 연임 논의와 맞물린다. 박물관은 내부 규정에 따라 비공개 감정평가를 진행했으나, 진위와 평가 과정에 대한 의견 차이가 존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유정주 재단 대표이사는 감정가·감정절차·매도경위 등을 보다 투명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사회 결의 철회를 결정했고, 이후 경기도가 추경을 통해 매입 예산을 반영했다. 유묵은 현재 경기도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며, 올해 12월 특별전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과정을 잘 아는 한 문화기관 관계자는 “진위나 가치 논쟁이 아니라, 절차의 투명성과 기관 간 역할 분배가 명확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임 논란을 개별 인사의 성향이나 갈등으로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한 문화행정 전문가는 “학예 인력 구조, 전시 운영, 유물 매입 프로세스, 의사결정 라인 등 여러 요소가 얽혀 드러난 ‘시스템 신호’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박물관 정책연구자는 “경기도 박물관은 도 문화정책의 얼굴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며 “연임 여부와 별개로, 현재 불거진 이슈들을 계기로 도-재단-기관의 거버넌스를 정비하는 것이 더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물관장 연임과 관련해 경기문화재단은 “연임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