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턴에게 "자고 만남 추구하냐"고 묻는 등 성적 발언과 신체 접촉을 한 부장을 해고한 조치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2023년 부동산원 지사 부장이던 A 씨는 같은 해 채용연계형 인턴이던 B 씨와 같은 부서 대리였던 C 씨 등 하급 직원 두 명에게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한 사실이 인정돼 해임됐다.
A 씨는 B 씨에게 "자고 만남 추구하냐"고 묻는 등 성적 언행을 하고, 신체 접촉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신고가 이뤄진 뒤에는 면담 과정에서 "자살하고 싶다"고 말하거나 원치 않는 사과 편지를 전달하는 등 2차 가해도 이어졌다.
C 씨에게도 "결혼은 했지만 연애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거나 숙박을 함께하자고 하는 등 연애 관련 질문과 신체 접촉을 지속했고, 업무시간 외 개인 심부름을 지시하는 등 괴롭힘 역시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B 씨와 C 씨는 2023년 4월 성희롱 및 갑질 피해를 신고했고, 부동산원은 A 씨에게 자숙·접근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노무법인 조사 결과에 따라 같은 해 8월 열린 인사위원회는 "성희롱 횟수가 많고 직장 내 괴롭힘과 경합돼 징계양정상 가중 대상"이라며 해임을 의결했다.
인사위원회는 특히 A 씨가 B 씨에게 "자고 만남 추구하냐"고 말한 부분에 대해 "3자 입장에서도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인데도, A 씨는 성희롱 의도가 없었다며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의 바뀐 뜻을 알려주려는 취지였다고 변명하는 등 성인지 감수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A 씨의 재심 청구와 전남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도 모두 기각됐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5월 "B 씨에게 '자고 만남 추구하냐'고 말한 부분과 C 씨에게 연애 관련 발언을 한 부분만 징계사유로 인정된다"며 해임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부동산원은 "해고는 정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성희롱 징계사유는 조사보고서상 일부만 해당하고, 나머지 사유는 회사가 초심과 재심 과정에서 주장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징계과정에서 사유 특정도 이뤄지지 않아 징계의결요구서에 기재된 사안에 대해서만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사보고서에 적시된 성희롱·괴롭힘 사실 전체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며, A 씨가 심의위원회와 인사위원회 과정에서 각 행위에 대해 충분히 소명한 점을 근거로 "징계사유의 범위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 씨와 C 씨의 진술 신빙성이 높고, 동료 직원 진술과 조사 자료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성희롱·괴롭힘이 상당 기간 반복됐고, B 씨처럼 취약한 지위에 있는 피해자가 존재한 점, 또 다른 피해자도 존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각 징계사유의 위법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의 기본권 보장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괴롭힘은 근로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사실관계가 분명하게 인정되는 경우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