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전망 1.8%로 상향…부양 압력 완화
의결문 문구 변화…"추가 인하 여부"로 신중 메시지
전문가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 높아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 7월 이후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나드는 '환율 비상'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릴 경우 원화 가치 약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흐름도 부담 요인이다. 10·15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는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고, 다음 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시장 기대대로 금리를 내릴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한은은 작년 10월 완화 기조 전환 뒤 올해 2·5월 두 차례 추가 인하를 단행했지만, 하반기 들어선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인하 행렬에 제동을 건 상태다.
환율 급등세는 최근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7.1원으로 마감해 7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와 거주자의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정부와 한은, 국민연금 등은 해외투자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을 점검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실제로 환율은 1460원대로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리와 환율의 역학도 고려됐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은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집값과 가계대출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상승해 4주 만에 반등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도 이달 들어 2조6000억 원 넘게 늘어 10월 전체 증가 폭을 이미 웃돌았다.
경기 여건 개선도 동결을 뒷받침한다.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각각 1.0%, 1.8%로 기존보다 0.1~0.2%p씩 상향했다.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하며 연초보다 부양 필요성이 줄었다는 의미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진욱 씨티 연구원은 "기준금리 2.50%는 사실상 인하 사이클의 바닥"이라며, "인하 재개는 2026년 말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통화정책방향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금통위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인하 기조' 표현이 '가능성'으로 바뀐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여부는 단정할 수 없으며 데이터에 따라 열어두고 판단해야 한다"며, "현재 금리는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중립금리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