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수출이 반도체 등의 호조세에 힘입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7000억 달러 고지를 밟을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 수출 전선에 ‘역성장’의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장벽 심화와 주력 품목의 해외 생산 확대라는 구조적 변화가 맞물리며 ‘수출 한국’의 엔진이 식을 수 있다는 경고다.
27일 산업통상부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수출액은 5792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같은 호조세가 남은 11월과 12월에도 지속되면 7000억 달러 돌파는 무난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최근 수출동향점검회의에서 "11월에도 우상향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기록 경신에 기대감을 보였다.
국책연구기관의 진단도 이를 뒷받침한다. 산업연구원은 24일 2026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수출액이 전년대비 2.5% 증가한 700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액 7000억 달러 돌파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며 올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6.6%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자동차와 선박 부문의 견조한 수출 실적도 힘을 보탠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의 훈풍이 멈추고 수출 전선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진단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수출액이 올해보다 0.5% 감소한 6971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은 2년 만이다.
수출 감소의 배경으로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2.0' 시대로 대변되는 통상 불확실성의 심화를 꼽았다. 관세 장벽이 현재보다 높아지며 교역 조건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의 보편 관세 부과와 대(對)중국 견제 심화가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특히 무역확장법 232조 등 파생 상품에 대한 관세가 확대 적용될 경우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됐다. 내년 반도체 수출은 올해의 기록적인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해 증가 폭이 크게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구조적 문제도 악재로 꼽힌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기초 소재 산업은 중국의 자급률 향상과 저가 밀어내기 수출 공세에 밀려, 내년에도 단가 하락과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탈(脫)한국' 가속화에 따른 수출 공동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차전지, 자동차 부품 업계를 중심으로 관세 장벽 회피를 위해 해외 생산을 늘리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국내 통관 기준 수출 실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2026년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상 환경의 격변기 속에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편중 심화를 해소하고 트럼프발 파고를 넘을 정교한 통상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