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상담 만족도는 고작 21.6%…고객·상담사 불만만 '누적'

시중은행이 AI(인공지능) 기반 콜센터·챗봇 시스템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건비 등 비용 절감과 24시간 고객 응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지만 'AI 뺑뺑이'로 인한 고객 불만과 상담사 스트레스도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은행은 최근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직원용 상담 비서와 Q&A 서비스에 우선 도입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AI 상담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단순 문의 처리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는 추세다.
하지만 AI 도입 성과가 고객 만족으로 직결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10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한 금융 상담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AI 뺑뺑이'로 불리는 비효율적 상담 경험이 확산되며 고객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보고서에서 인용한 '금융사 콜센터 AI 상담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AI 상담 서비스 만족도는 21.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3.6%는 'AI가 요구사항을 이해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고 56.9%는 '인간 상담원 연결 과정'에서 불편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히려 인간 상담사의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입 이후 상담원의 66%가 '근무 여건이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 53%가 'AI 기술 오류로 인한 고객 민원 스트레스 증가'를 꼽았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은행권에서는 '무인화'를 통한 인력 감축과 비용 효율화 추세는 거세다. 지난 8월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5대 은행에서 총 1만1955명의 콜센터 직원이 퇴직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3181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2516명), NH농협은행(2197명), KB국민은행(2157명), 하나은행(1904명) 순이었다.
은행권이 이처럼 AI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은 '비용 효율화'와 '상담 수요' 간의 구조적 불균형 때문이다. 인력 개편 과정에서 비용은 줄이고 싶지만 '빠르고 24시간 응대'를 원하는 고객 기대도 맞춰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금융기관은 디지털화와 비용 효율화를 이유로 영업점과 상담 인력을 축소해 왔다"며 "다만 복잡한 금융상품일수록 상담 의존도가 높아 금융 상담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콜센터 인력 감축은 AI가 대체하는 속도를 보여주지만 낮은 만족도는 단순 AI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라며 "최근엔 생성형 AI 상담을 도입하는 등 AI 뺑뺑이를 해결하고 인간 상담원은 복잡한 민원 처리에 집중하는 협업 모델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