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운반·조립·검수 공정 로봇 투입…생산 안전성·효율 높인다
테슬라·BMW·벤츠도 휴머노이드 공장 확대…글로벌 제조 경쟁 본격화

볼트와 너트를 조이던 조립 라인에 새로운 동료가 등장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연내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투입하기로 하면서 사람·로봇이 함께 일하는 실험이 자동차 생산에서 현실이 된다.
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제조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로봇 파운드리 공장, 자율제조 플랫폼 도입 등이 포함됐다. 향후 5년간 AI 기술 고도화를 기반으로 한 로보틱스 등 신사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며 국내 AIㆍ로봇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업계는 피지컬 AI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현대차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의 첫 단추는 HMGMA 아틀라스 투입이다. 초기에는 부품 적치 및 이송 등 단순 협업 작업을 수행하고, 내년에는 용접·도장 등 본격 공정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장기적으로는 조립라인의 약 40%를 로봇화하고, 로봇 1대가 근로자 1.5명의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휴머노이드 공장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Optimus)’를 텍사스 공장 일부 라인에서 테스트하고 있으며 BMW는 미국 스파턴버그 공장에 피규어(Figure)사의 ‘Figure 02’를 도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 앱트로닉(Apptronik)과 협력해 물류·부품 이송 로봇을 시험 중이다. BYD·지리차(Geely)도 로봇 자율제조 라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 공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을 초기 상용화 가격 10만 달러로 보고 하루 24시간, 5년간 운영한다고 가정할 때 시간당 비용은 3.4달러 수준에 그친다. 이는 현대차 국내 공장 인건비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로봇 가격이 3만 달러까지 내려가면 시간당 비용은 1.2달러로 낮아져 인건비 대비 20분의 1까지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성 개선 효과도 주목된다. 기존 2교대 20시간 체제에서 24시간 무중단 가동이 가능해지면 설비당 생산량은 60% 늘어난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능력은 현재 연 120만 대 규모이지만 무인화 전환이 이뤄질 경우 최대 192만 대까지 확장돼 현지 판매 물량을 사실상 모두 현지에서 충당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용을 넘어 범용 시장으로 확장될 경우 2035년 출하량이 140만 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하드웨어 원가는 4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비와 유지비를 고려하면 여전히 인건비와 큰 차이가 없다”며 “총소유비용(TCO)을 인건비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상용화 확산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