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제조업의 다음 단계로 ‘피지컬 인공지능(AI)’이 부상하고 있다. 분석 중심의 AI를 넘어 현실 공간에서 직접 판단·움직이는 기술이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생존 전략’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17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한국정보산업연합회(FKII)와 함께 ‘2026 AX 이니셔티브 컨퍼런스’를 열고 AI 전환(AX)의 단계적 전략과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행사에는 산업계·기관 관계자 450여 명이 참석해 △기술 트렌드 △산업 적용 전략 △정책 방향 △현장 실증 사례를 공유했다.
카이스트(KAIST) 장영재 교수는 제조업이 숙련 인력 경험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기반 ‘지능형 운영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려대 이영환 센터장은 피지컬 AI 구현을 위해 AI·로봇·디지털 시뮬레이션이 통합된 제조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며 데이터 표준화·검증 체계 확립을 시급 과제로 꼽았다. LG CNS 주민식 소장은 로봇 제어·설비 예측 등 실제 제조 현장에서 피지컬 AI 활용 사례를 소개하면서 데이터 품질 관리와 현장 인력 기술 역량 부족을 확산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했다.
컨퍼런스에선 무협과 고려대 융합연구원이 분석한 ‘AX 우수 사례 기반 AI 도입 효과 극대화 방안’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연구진은 국내 중소 제조업체 AI 도입률이 0.1%에 머무르는 이유로 △데이터 인프라 부족 △전문 인력의 대기업 집중 △높은 초기 비용 △조직 내부 공감대 부족 등을 꼽았다.
AX 성공을 위한 5대 핵심 요인(△전사적 공감대 형성 △전문 인력 확보·내부 역량 강화 △투자비 부담 완화 및 장기 비전 설정 △데이터 확보·관리 역량 강화 △현장 주도 과제 발굴·수용성 확보)도 제시했다.
다양한 산업 분야의 AX 적용 성과도 공유됐다. 조선·해양 기자재 기업 파나시아의 ‘유리관 AI 검사 자동화’는 검사 속도를 두 배 높이고 불량 검출률을 95%까지 끌어올렸다. 반도체 장비 유통사 서플러스글로벌은 AI 기반 장비 추천 시스템을 도입해 거래 효율을 개선했고 인터로조는 소재 물성 시뮬레이션에 AI를 적용해 연구·개발 속도를 10배 이상 높였다.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AI는 이제 공장을 운영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생존 전략’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제조 역량과 산업 인프라, 방대한 제조 데이터를 갖춘 만큼 피지컬 AI 전환에서 앞서나갈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며 “중소 제조업의 AI 내재화를 돕기 위한 컨설팅, AI 선도기업 현장 방문 지원 등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