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군 10→48개 ‘경쟁 격화’…5년 연속 경평 B등급 불투명

예금보험공사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유형이 19년 만에 변경된다. 내년부터 평가 비교군이 다섯 배 가까이 늘고 핵심 배점이 바뀌면서 경영평가 등급 하락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임직원들의 성과급도 축소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내년도 기획재정부 경영평가(2025년도 실적 평가)부터 기존 기금관리형이 아닌 위탁집행형으로 평가 받는다. 2007년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 후 19년 만의 변화다. 이는 예보가 자체 운용하던 1조7000억 원 규모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이하 상환기금) 운용을 지난해 1월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완전 위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상환기금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발행한 예금보험기금채권(예보채)의 원리금을 상환하기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예금보험료로 적립되는 예보기금과 달리 금융회사 특별기여금으로 조성되며 분기별로 정부 전출이 이뤄져 운용 기간이 매우 짧은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구조 탓에 예보는 수익률·효율성 제고를 위해 상환기금을 연기금투자풀에 완전 위탁했고 이로 인해 기금운용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경영평가 유형 변경으로 이어졌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이 근로복지진흥기금(1000억 규모)을 완전 위탁으로 변경하면서 2023년도 평가부터 위탁집행형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평가 기준이 훨씬 깐깐해졌다는 점이다. 기재부가 9월 공개한 '2025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수정)'에 따르면 내년부터 위탁집행형 평가를 받는 예보의 평가 비교기관은 기존 10개에서 48개로 대폭 늘어난다.
핵심 배점도 경영관리 50점·주요사업 50점에서 경영관리 40점·주요사업 60점으로 조정된다. 기금운용 성과 대신 예금보험금 지급, 부실 금융사 정리 등 본연의 정책 성과를 담은 주요사업 비중이 10점 늘어난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평가 유형 변경을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임직원 성과급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S(탁월)~E(아주미흡)'의 6단계로 나뉘며 준정부기관은 등급에 따라 월 기본급 대비 0~100%의 성과급을 받는다.
예보는 2020년부터 5년 연속 B등급을 받아왔다. 그러나 내년 평가 유형 변경으로 등급이 하락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이사회에서 이와 관련한 의견이 나오자 유재훈 사장이 “충실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예보 내부에서는 성과급 감축 우려와 상환기금 운용 인력 재배치 문제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운용 기금이 수익률 문제로 위탁 전환되는 추세”라며 “새로운 잣대 아래 첫해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등급 하락과 함께 성과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