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국내에 ‘125조’ 대규모 투자…AIㆍ로봇ㆍ수소 ‘미래 산업’ 주도권 선점 [팩트시트, NEXT]

1차 협력사의 올해 부담 대미 관세 전액 지원
AI·로봇 육성…글로벌 모빌리티 허브 위상 강화
신사업 50.5조·R&D38.5조·경상투자 36.2조
서울시 인허가 절차 완료 후 ‘GBC’ 건설 본격 돌입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산업 지형을 뒤흔들 ‘125조 투자 카드’를 꺼냈다. 글로벌 모빌리티 전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로봇·수소 등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전기차 수출 확대와 생산기지 고도화를 통해 한국 제조업의 재도약을 이끌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올해 1차 협력사가 부담한 대미 관세를 전액 보전하기로 하면서 공급망 전반의 유동성 방어에도 나섰다.

16일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직전 5년(2021~2025년) 투자액 89조1000억 원보다 36조10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연평균 25조400억 원에 달한다. 직전 5년 평균(17조8000억 원) 대비 40% 이상 증가한 액수다.

투자금은 △AI·로봇·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전동화·수소 등 미래 신사업 50조5000억 원 △핵심 모빌리티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38조5000억 원 △국내 생산거점 효율화 및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등 경상 투자 36조2000억 원으로 구성됐다.

현대차그룹은 AI 역량 강화를 위해 PB(페타바이트)급 저장 용량을 갖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 검증을 위한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도 설립한다.

또 로봇 완성품 제조와 위탁생산(파운드리) 기능을 갖춘 공장을 짓고, 기존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로봇 부품 연구·개발을 지원해 공급망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린 에너지 전환 전략도 본격화한다. 서남권에 1GW 규모 교환막(PEM)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하고 인근에 수소 출하센터와 충전소 인프라도 구축한다. 향후 지방정부와 협력해 ‘수소 AI 신도시’ 조성도 검토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완성차 공장을 수출 중심 거점으로 재편한다. 전기차 전용공장을 글로벌 마더팩토리로 육성하고 수출 지역을 다변화한다.

완성차 수출은 2024년 218만 대에서 2030년 247만 대로 늘리고, 같은 기간 전동화차(EV·PHEV·HEV·FCEV) 수출은 69만 대에서 176만 대로 2.5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이 준공되고 2027년 수소연료전지 신공장이 가동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기아는 경기 화성에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전용 생산 거점을 구축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에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에 대해 올해 발생한 대미 관세를 전액 지원한다. 관세를 매입단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총 지원 규모는 추후 수출 실적 집계 후 확정된다. 협력사는 미국 앨라배마·조지아 등 생산거점 공급 시 관세 부담이 줄어 운영자금 확보가 쉬워지고 유동성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

또 약 5000개에 이르는 2·3차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미래 모빌리티 부품 R&D, 스마트공장 전환, 해외 판로 확대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 중장기 국내 투자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상생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