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손해액 산정, PEF 청산 절차 등 고려해야"

대법원이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의 '마유크림 투자 손실'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두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위험 정보를 충분히 알리지 않은 점은 인정하면서도, 손해액을 계산한 방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다올저축은행이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2015년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마유크림 제조사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하며 시작됐다. 두 회사는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펀드를 통해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비앤비코리아를 사들였다. 당시 중국에서 마유크림이 큰 인기를 끌면서 투자 매력이 부각된 상황이었다.
운용사 측은 비앤비코리아가 마유크림을 개발·제조하는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이고, 주요 고객사 클레어스코리아와 안정적인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을 바탕으로 다올저축은행과 여러 출자자(LP)가 약 120억 원을 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 직후 상황이 급변했다. 클레어스가 자체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비앤비코리아와의 거래가 급격히 줄었고, 사드(THAAD) 배치로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결국 SPC는 투자금을 거의 회수하지 못했고, 다올저축은행은 비앤비코리아의 생산 구조가 ODM이 아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었으며 주요 고객사의 이탈 가능성도 알리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다며 20억 원 출자금 전액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판단을 달리했다. 2심 재판부는 클레어스가 공장을 짓는다는 기사까지 나온 상황에서 두 회사가 이를 면밀히 조사하지 않았고,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며 선관주의의무(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10억 원 배상을 명했다.
대법원도 운용사가 투자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은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수익구조와 위험요인 등 중요 사항을 조사해 올바른 정보를 알리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2심의 주의의무 위반 인정 자체는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손해액 산정은 다시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2021년 12월 기준 SPC의 순자산가치를 0원으로 보고 "회수 가능 금액이 없다"며 투자금 전액이 손해라고 봤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PEF가 2020년 6월 해산등기를 마쳤지만 청산 절차가 끝났다고 보기 어렵고, 해산 이후에도 사모사채 만기 연장 등을 통해 사업을 계속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보유하는 지분의 가치는 SPC의 순자산가치보다 비앤비코리아의 주식 가치에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심이 회수 금액을 평가하면서 이 같은 부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PEF 청산 진행 상황과 회사의 주식 가치 등을 고려해 원고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있는지를 심리해 원고의 손해 발생 시점과 손해액을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대법원은 다올저축은행 외 다른 출자자들이 제기한 비슷한 소송에서도 유사한 결론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