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전담 프로그램ㆍ신사업 없어
전문가 "생애주기별 교육설계 시급"

청소년 금융 위험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금융교육 예산이 지난 5년간 사실상 제자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 도박과 불법 대리입금 등 고위험 금융범죄가 학교 안팎을 파고드는 가운데 정부가 예방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금융교육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예산과 제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의 올해 금융교육 예산은 13억7867만 원으로 전년 대비 4.9% 감소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금융위원회로부터 예산을 수탁 집행한다.
연도별로는 2021년 12억6784만 원에서 2022년 13억800만 원, 2023년 13억3961만 원, 2024년 14억5000만 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5년간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금융교육 예산 축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성인 교육까지 모두 포함한 예산 규모인 만큼 ‘청소년 금융교육’에 투입되는 실질적인 재원은 더 적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금융교육 예산 축소는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금융이해력 조사 등 큰 규모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해임을 감안하면 예산은 일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 76%의 학교가 참여하는 금감원의 1사1교 금융교육 사업도 금융권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의 관련 예산도 비슷한 양상이다. 기재부는 지역경제교육센터운영 예산을 통해 경제·금융교육을 집행하고 있다. 2020~2022년 23억6400만 원으로 3년간 동결된 이후 2023년 35억4000만 원, 2024년 40억1200만 원, 2025년 56억6200만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금융교육 전담 프로그램이나 신규 사업은 거의 없었다. 금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 증액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부의 금융교육 예산이 정체된 사이 청소년들의 금융 위험은 심각해지고 있다. 경찰청의 ‘사이버도박 특별단속’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피의자 9971명 중 청소년은 4715명(47.3%)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이 중 83%가 온라인 카지노형 도박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학생들이 사이버도박을 하거나 10대가 조직 총책을 맡아 서버를 직접 운영ㆍ개설하기도 했다. 금융이해력 부족과 디지털 기반 고위험 콘텐츠 노출이 겹치며 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진 모습이다.
도박 중독 문제로 치료를 받는 청소년도 급증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지난해 도박중독 치유 서비스를 이용한 10대 청소년은 4144명으로 5년 전(1286명)보다 3.2배 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대리입금 확산도 문제다. 대리입금은 10만 원 안팎의 소액을 대신 내주는 대가로 원금의 20~30% ‘수고비’, 상환 지연 시 시간당 1000원~1만 원의 ‘지각비’를 부과하는 불법 사금융이다.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훨씬 넘는 초고금리 불법 대부에 청소년이 쉽게 빨려 들어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육·예방 활동은 학교 현장, 온라인 유해 환경, 상담·재활 등 다양한 채널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금융교육 예산으로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교육이 단순한 정책 선택이 아니라 공공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금융교육을 추진하는 데에는 법률적 근거와 예산이라는 두 축이 있는데, 지금처럼 금융소비자보호법 조항에만 의존한 체계로는 이미 변화한 사회 구조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금융이해력을 사회안전망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며 국가 정책으로 다룰 것을 권고해 왔다”며 “청소년기부터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체계와 대상별 금융 정체성을 고려한 교육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