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국경을 넘은 상표, 다른 기준의 법

입력 2025-1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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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종 새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뷰티 브랜드가 한국의 K뷰티 기기업체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200만 달러(약 28억 원)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K뷰티 기기업체 역시 상대방 뷰티 브랜드를 상대로 가짜 제품 판매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며 이들의 분쟁은 미국 법원에서 시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이들의 인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인 뷰티 브랜드가 한국의 K뷰티 기기업체의 제품을 구매해 미국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이듬해 미국에서 상표등록을 받았는데, K뷰티 기기업체는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K뷰티 기기업체는 2025년부터 미국에 직접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한인 뷰티 브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번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이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하였다면 어땠을까. 한국의 상표법 체계에서는 이 경우 제34조 제1항 제20호 또는 제21호가 직접적인 쟁점이 된다. 제20호는 ‘동업·고용·거래관계 등을 통해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동일·유사한 상표를 출원한 경우’, 제21호는 ‘조약당사국에 등록된 외국 상표를 그 권리자의 동의 없이 출원한 경우’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한국 업체가 해외 거래처로부터 공급받은 제품의 상표를 알고 있으면서 그 상표를 동일·유사하게 출원했다면 이는 명백히 제20호 위반이 된다. 한국에서는 상표의 ‘선사용자 보호’뿐 아니라 출원의 동기와 관계적 배경까지 고려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사건이 벌어진 미국의 상표제도는 다소 다르다. 미국은 ‘선사용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상표권을 취득함에 있어서 실제 사용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미국 한인 브랜드가 상표를 먼저 사용하고 등록까지 마쳤다면,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K뷰티 기기업체가 그 상표와 유사한 표장을 사용할 경우 침해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분쟁은 단순히 상표권 침해 여부를 넘어, 국제 거래에서의 브랜드 관리와 상표전략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을 수출하거나 위탁생산(OEM)하는 기업이라면, 거래 초기부터 상표의 소유권·등록 주체·사용권 범위를 명확히 계약에 규정해야 한다. 또한 주요 수출국에서는 선제적으로 상표를 등록하고, 현지 파트너의 출원 여부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상표는 국경을 넘어 유통되지만, 법의 기준은 여전히 각국의 영토 안에 머문다. 따라서 해외 진출 시에는 단순한 등록 여부가 아니라, 각국의 법제 구조와 판단기준에 맞춘 세밀한 대응 전략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상표 분쟁은 이제 누가 더 준비되어 있는가의 싸움이 되고 있다.

홍혜종 새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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