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유경옥·정지원 접촉…증거인멸 우려 여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보석을 요청했다. 김 여사 측은 전자장치 부착이나 휴대전화 사용 금지 등 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며, 구속을 풀고 자택에서 재판받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1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여사의 보석 심문을 진행했다. 김 여사는 이날 검정 코트와 흰 마스크 차림으로 출석해 변호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물병 뚜껑을 변호인이 대신 열어주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여사 측은 건강이 악화돼 석방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관저에 있을 때도 몇 차례 쓰러졌고, 구치소에서는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자택과 병원으로만 이동을 제한하고, 전자장치 부착이나 휴대전화 사용 전면 금지 등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증거인멸 가능성도 없다"며 "치료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여사가 주요 증인들과 접촉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보석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수사 초기부터 피고인은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 전성배 씨 등과 모의하며 진술을 유기적으로 바꿔왔다"며 "8월부터 10월까지 구치소 접견 내역을 보면 유경옥·정지원과 수시로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어 "석방될 경우 진술을 번복한 전 씨를 회유할 가능성도 있다"며 "본건 주요 증인신문이 남아 있고, 구속 전과 비교해 사정 변경이 없다.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보석을 허가하면 사회적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변호인은 "유경옥·정지원은 샤넬백 사건과 관련된 증인들로, 그 사실은 저희도 인정하고 있다"며 "이들은 이번 주 증인으로 나올 예정인데, 샤넬백 사건 외에는 특별히 아는 내용이 없어 회유나 증거인멸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부부를 동시에 구속해 재판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피고인은 최근 기억력도 온전하지 않은 것 같다. 변호인이 며칠 전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구치소 내에서도 혼잣말을 하거나 중얼거리는 등 불안정한 상태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2010~2012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주도한 주가조작에 '전주(錢主)'로 가담해 약 8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혐의로 8월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명태균 씨로부터 2억 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58건을 무상 제공받고, 그해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명 씨가 지원하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 지역에 공천받도록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같은 해 4~7월 사이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측에서 620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와 1000만 원 안팎의 샤넬백 2개를 받은 혐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