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육박한 자금 융통 '미지수'...노조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예비 인수자로 나선 2개 기업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이 지배적이다. 두 곳 모두 본업과 거리가 먼 핀테크·부동산업체로 확인되면서, 실제 매각 성사 가능성이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형할인점 운영 능력과 자금 조달 능력도 미지수라, 홈플러스노동조합은 다시금 ‘공공적 인수’를 꺼내며 인수 절차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접수가 지난달 31일 마감된 가운데,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 2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으로부터 인수전 참여 압박을 받아 온 농협은 불참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6월 말부터 우선협상대상자를 미리 정한 뒤 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을 추진해오다 지난달 2일 공개경쟁 입찰로 방향을 틀었다.
공개입찰 결과, 최종 인수전에 참여한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는 각각 AI 솔루션 기업, 부동산 임대·개발업체다.
이들 양사의 실제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유통업계의 중론이다. 홈플러스 몸값이 4조 원(청산가치 3조6816억 원)에 육박하는데, 양사 모두 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홈플러스 본업인 오프라인 유통업 경험이 없다는 점도 매각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양사 현재 재무 상황을 보면, 간편결제 플랫폼 ‘유비페이(UBpay)’ 운영사 하렉스인포텍은 지난해 매출은 약 3억 원에 그쳤고, 영업손실도 33억 원이었다. 다만 하렉스인포텍은 미국 투자자문사로부터 약 20억 달러(2조9000억 원)를 조달해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노마드도 지난해 매출 116억 원, 당기순손실 73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다.
홈플러스노조는 이런 이유로 인수 참여업체의 실제 경영 능력과 인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동시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 홈플러스를 살릴 골든타임(최적기)”이라며 “정부는 즉각 공공적 인수, 고용·영업 승계, 지역경제 보호 방안을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두 개 기업을 보면 하나는 연 매출 5억 원에 영업이익률 마이너스 1000%의 AI 기업이고, 하나는 부동산 개발업자”라며 “이들 기업이 MBK의 먹튀 시나리오를 위해 들러리로 참여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당일 대통령실 앞에서 ’공공적 인수’를 주장하는 철야농성에도 돌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매각에 정부 및 공공기관의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농협이 최종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아직은 열려 있어, 막판 변수로 꼽힌다. 예비실사를 받지 못한 기업이라도 본입찰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등에서는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공공성을 갖춘 농협이 인수에 나서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한편 인수 후보자는 21일까지 실사를 진행한 후, 이 결과를 바탕으로 26일까지 최종 입찰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양사의 인수의향서가 제출됨에 따라 10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서 제출 기한은 공개입찰 일정에 맞춰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