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서울시 강남구 GS타워 본사 27층에서 열린 ‘제3회 딥 트랜스포메이션 데이(DT Day)’ 현장. 서플라이앤트레이딩(Supply & Trading) 본부 직원이 기자에게 사내 인공지능(AI) 플랫폼 ‘AIU’에서 원유 구매 계약서를 검토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AI는 법률 용어로 빼곡한 50쪽 분량의 계약서 두 개를 조항별 수치 차이까지 조목조목 짚어가며 즉시 분석해 냈다. 직원이 수 시간 걸려 하던 업무를 순식간에 끝낸 것이다. 이전 계약서와 비교해 새 계약서에 불리한 조건이 추가됐다면, 직원들은 곧바로 계약 상대와 재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이날 열린 DT Day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AI 시대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 중인 ‘디지털 & AI 트랜스포메이션(DAX)’ 전략을 실제 업무에 적용한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GS칼텍스 임직원들은 DAX 전략을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AIU를 활용해 업무에 필요한 AI에이전트(지능형 디지털 도우미)를 개발하고, 이를 동료 임직원과 공유하는 식이다.
이은주 GS칼텍스 DX센터장은 “임직원의 85%가 AIU를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다”며 “AIU는 2주마다 피드백을 받고 개선한 덕에 현재 7차까지 기능이 개선됐고, 곧 8차 기능 개선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세 번째를 맞은 DT Day는 'WoW(Way of Work), AI’를 주제로 개최됐다. 오전부터 20여 개의 전시 부스는 AI 중심의 업무 혁신 사례를 체험하려는 임직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각 부스 모습은 전통 산업을 영위하는 정유사가 아닌 첨단 정보기술(IT) 기업 박람회를 방불케 했다.
생산본부 부스에서는 공정 운전 최적화와 설비 안정성 강화를 지원하는 설비 관리 통합 플랫폼 ‘에셋 플러스(Asset Plus)’와 공정 운영 최적화 플랫폼 ‘OOP’, 에너지 통합 관제 및 머신러닝(AI·ML) 기반의 최적화 시스템 ‘LCEMS’ 등 디지털 플랫폼을 소개했다.
강재민 GS칼텍스 디지털혁신팀장은 “설비 도입부터 정비·폐기까지 모든 업무를 시스템 기반으로 운영한다”며 “80만 개가 넘는 여수 공장 설비를 데이터화한 덕에 협력사도 이제 종이 없이 일하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홍보 부문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AI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튜디오 발랄’의 부스도 이목을 끌었다. 이 부스는 홍보(PR) 업무의 효율화와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타 부서들과 협업해 6개월간 자체 제작한 생성형 AI 영상 콘텐츠 20건을 선보였다.
이 외 반복적인 업무 문의 대응을 AI가 대신 답변하는 챗봇 서비스, 주유소 파트너의 주유소 운영 효율과 경영 편의성을 높여주는 ‘파트너 플러스’ 앱, 고객 경험 디자인을 통해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 6관왕을 차지한 ‘에너지플러스’ 앱 등 업무 효율화와 고객 경험 개선을 이끈 다양한 AI 활용 사례들도 공유됐다.
또 디지털 아카데미를 통한 사내 개발자 양성 성과를 공유하거나, 물류·소방 로보틱스, 스마트 글라스 등 다양한 산업의 신기술을 소개하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미래 방향성 등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가 강의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한편 매년 DT Day 현장을 찾은 허 사장은 이날도 현장에서 임직원들과 소통했다. 허 사장은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동료”라며 “데이터와 시스템 기반에 AI를 결합해 더 빠르고 정교한 의사결정,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협업이 가능한 조직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