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사실상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은 막판까지 치열한 물밑 조율이 이어지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30일 YTN에 출연해 “그저께(28일) 밤만 해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제 점심쯤 연간 (투자) 한도 같은 문제가 합의가 된 것”이라며 협상 막후 상황을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전날(29일)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금 중 2천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한국 외환시장 안정성 확보였다. 초반에는 통화스와프 체결이 논의됐고, 이후엔 ‘연간 투자 한도 제한’이 안전장치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 역시 “연간 한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끝까지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협상 극적인 타결의 배경에는 정부의 총력 설득전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과 22일 잇따라 미국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PEC 정상회의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까지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실제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정상회담 이틀 전인 27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이재명 대통령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협상 교착 상태를 시사했다. 김용범 실장은 “어제(28일) 저녁까지도 전망이 밝지 않았다”고 브리핑에서 회상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예정된 오후 1시 직전 막판 협상 테이블에서 양측이 ‘투자 한도 문제’에 대한 절충점을 찾아내며 상황이 급반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합의 배경에 대해 “우리가 양보했으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한국의 주장이 일정 부분 관철됐음을 시사했다.
석 달간 이어진 협상 과정에서 피로감이 누적된 협상단 내부 분위기도 전해졌다. 이 수석은 “석 달간 비도 오고 구름도 끼고, 어떨 때는 맑아 보이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계속됐다. 비관도 낙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또 “석 달간 관세협상이 진행되면서 대통령께서 중심을 잘 잡으셨다”며 이 대통령의 원칙적 기조가 협상 타결의 버팀목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APEC 때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국익이 손상되지 않는 선에서 타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셨다”며 “참모들이 어찌 보면 흔들릴 수도 있는 그런 시점에 항상 그 얘기를 대통령께서 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한편, APEC을 계기로 기대를 모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 수석은 “대통령도 이번에 깜짝 회담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했었는데, 현재까지 안 된 게 안타깝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또 다음 달 1일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정치적 신뢰를 다지는 것이 첫 번째이고 사회문화적인 부분도 있다”며 “추가로 민생경제에 관한 문제, 희토류 문제 같은 것들을 해결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