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박물관 "당시 경황이 없어서 출입 일지 작성 누락"

김건희 여사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국립고궁박물관 제2수장고 등을 방문하고, 경복궁 근정전 어좌에 착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가유산의 사적 이용 및 훼손 논란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3월 5일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고궁박물관을 갑작스럽게 방문했다"라며 "특히 3일 전 김건희 씨가 혼자 고궁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지하에 있는 제2수장고를 관람했다"라고 밝혔다.
제2수장고는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해 '조선왕조의궤', '어진' 등 2100여 점의 국가유산을 보관하는 장소다.
고궁박물관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 중 수장고를 직접 방문한 사람은 김 여사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당시 고궁박물관은 수장고 출입 일지에서 김 여사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전임 관장과 담당 직원을 통해서 조사한 결과, 당시 경황이 없어서 (일지 작성을) 누락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본인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던 김건희가 사전 절차도 무시하고, (수장고의) 문을 열었다"라며 "고궁박물관 역시 문 열라는 한 마디 지시에 규정을 다 무시하고, 문을 열어준 꼴"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김 여사의 근정전 어좌 착석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으로 근무했던 황성운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은 "근정전에 들어갈 땐 있었지만, 어좌에 착석하는 모습은 직접 보지 못했다"라고 말해 여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반면 당시 경복궁 관리소장을 지낸 고정주 국가유산청 법무과장은 "당시 김 씨가 근정전 어좌에 앉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고 과장은 "협생문을 통해 들어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과 손을 잡은 채 근정전으로 들어가 10여 분 정도 내부를 관람했고, 전반적인 내용은 이 전 위원장이 설명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 여사의 국가유산 사유화 논란과 관련해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건희의 발길만 닿으면 종묘가 카페가 되고, 어좌는 개인 소파로 전락하고, 박물관 수장고는 개인 서재로, 명성황후 침전은 침실로 취급된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중한 국가유산을 수호해야 할 국가유산청이 이를 막아서기는커녕 오히려 김건희의 국가 모독, 국정농단 행위를 비호하고 가이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국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사적 행위이고,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특혜"라며 "앞으로 국가유산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규정을 엄격하게 다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유산을 보존·관리하는 책임자로서 대단히 송구하다"라고 사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