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인협회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으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콘퍼런스는 ‘세계 경제질서 재편: 무역ㆍ인공지능(AI)ㆍ금융 회복력의 해법 모색’을 주제로 열렸다. 국가 간 전략경쟁 심화, 보호주의 확산, 공급망 재편, 금융시장 불안정 등 구조적 복합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제금융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자신의 최근 저서 제목이기도 한 ‘Our Dollar, Your Problem(달러 이후의 질서)’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로고프 교수는 “달러는 여전히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미국 재정적자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달러 패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통화 시스템은 더욱 다극화된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 세션에서는 제프리 쇼트 PIIE 선임연구위원이 ‘상호주의’, ‘리쇼어링’, ‘전략경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지난 1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을 분석하고, 한국은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 등을 통해 중국과의 교역 및 투자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인원 한국경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고려대 명예교수)은 디지털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 비용과 무역량에 미친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규제 완화, 지역무역협정(RTA) 확대를 통한 교역구조 다각화, 공급망 리스크 관리 등을 핵심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마틴 쵸르젬파 PIIE 선임연구위원은 특별 발표에서 “AI는 미ㆍ중 전략경쟁의 핵심으로 미국의 반도체 통제와 중국의 오픈모델 전략이 글로벌 생태계를 양분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한국은 AI 응용 분야에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으나,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미ㆍ중 양측의 압박 속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 존 드럼몬드 OECD 무역정책국장과 하비에르 로페즈 곤잘레스 선임 무역정책 선임분석관은 “AI 시대 무역 촉진의 핵심은 ‘신뢰에 기반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유통’에 있다”고 강조했다.
모리스 옵스펠드 PIIE 선임연구위원(UC버클리 교수)과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글로벌 통화 시스템의 변화와 금융회복력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기존의 금융 제도와 달러 중심 체제가 변화함에 따라 금융시장 위기가 경제 전체로 번지는 ‘시스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환영사에서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자유무역의 혜택 속에서 성장해 왔지만, 세계 경제질서의 구조적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전략적 방향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콘퍼런스가 단순한 이론적 논의를 넘어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전략 수립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