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증폭에 환율 치솟아..펀드 487조→504조 원으로 불어나
관세 협상 타결돼도 품목별 관세 불확실성, 환율 널뛰기 불안감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석 달째 평행선을 이어오는 3500억 달러(약 504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이 합의점을 찾을지 이목이 쏠린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선불 지급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전액 현금 선불 투자'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신용 보증과 장기간 할부가 불가피하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 양국은 이 사이에서 절충점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 양국이 큰 틀에서 의견을 모으더라도 이후 세부 항목을 두고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6일 관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한국 경제는 1차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9∼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는 이때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미 투자 펀드는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핵심이다. 한미는 지난 7월 31일 미국이 한국의 상품 전반에 적용키로 한 상호관세율 25%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특히 25%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됐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도 15%로 하향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펀드의 규모와 구성 등을 두고 양국 간 견해차가 커 관련 협상 타결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관세 협상이 각론에서 부딪히자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외환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인다. 7월 31일 타결 소식이 전해졌던 당시 원·달러 환율은 1390원대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9월 무렵에는 1410원대로 뛰었다. 이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환율은 장중 1440원대로 치솟았다. 이 이간 환율 변동으로 3500억 달러 펀드는 한화로 487조 원 수준에서 504조 원으로 불어났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양국은 합의를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정치적 명분이 필요해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아시아 순방길에 미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가진 기자들과 문답에서 협상에 관해 "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의 대면 협의를 통해 관세 협상 방향은 얼추 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액 직접 투자를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한국 경제 규모상 3500억 달러 일시 투자는 불가능하다며 직접 투자와 대출·보증 등을 섞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이 1년에 쓸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50억∼200억 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결국 미국이 제시한 3500억 달러 중 현금성 투자 규모와 납입 기간을 얼마나 길게 잡을지가 핵심이다.
아울러 3500억 달러 투자 펀드가 절충점을 찾는다고 해도 환율 불안 등 변수는 여전하다. 일부라 해도 상당한 규모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환율이 또 한 번 상승하면서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이번에 상호관세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품목별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은 국가 안보상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6% 감소하는 등 이미 품목별 관세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를 높은 수준으로 부과한다면 대미 수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