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코스피가 4000선 목전에 선 가운데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 개막했다. 증권가는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6.03포인트(2.5%) 오른 3941.59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951.07까지 오르며 장중과 종가 기준 모두 최고점을 새로 썼다. 23일 하루를 제외하면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이다. 뉴욕증시 강세에 더해 미·중 무역갈등 완화 기대가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10월 마지막 주에는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몰린다. 먼저 27일에는 △한화오션 △포스코홀딩스가,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하나금융지주, 29일 △SK하이닉스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전기, 30일 △삼성전자(본실적) △현대차 △KB금융, 31일 △기아 △SK이노베이션 등이 잇따라 실적을 공개한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기대가 높다. 삼성전자는 앞서 발표한 잠정실적에서 이미 영업이익 12조1000억 원을 예고했고, SK하이닉스는 분기 첫 10조 원대 영업이익 달성 기대가 커지고 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올해 3분기 HBM 매출액은 8조2000억 원으로 최대 분기 실적을 갱신할 것"이라며 "9월 중순부터 시작된 범용 메모리 상승 사이클로 출하량 및 가격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조선업도 호조가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빅3'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51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추정된다. HD한국조선해양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329억원, 한화오션 3496억원, 삼성중공업 2175억원으로 예상된다. 탄탄한 수주잔고와 원가 안정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4대 금융지주(국민·신한·하나·우리)의 3분기 순이익 합계는 약 5조 원으로, 전년 동기(4조9128억원) 대비 약 677억 원(1.3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로는 KB금융은 1조5883억 원, 신한금융은 1조3495억 원, 하나금융은 1조669억 원, 우리금융은 9758억 원 순이다. 연간 기준으로도 이들의 순이익 전망치가 18조1330억 원으로 집계돼, 지난해(16조5268억 원)를 9.7%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증권가 시각도 대체로 낙관적이다. 개별 기업 목표주가가 줄줄이 높아지고, 지수 전망도 상향 조정되는 흐름이다. 특히 메모리 가격 반등과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지속, 조선 고선가 물량의 실적 반영 구간 진입, 금융권의 견조한 이자이익과 건전성 지표가 '사천피'(4000p) 안착 기대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환율·금리 변동성,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대외 일정은 단기 변수가 될 수 있어 이벤트 리스크 점검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PEC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따른 한·미 무역협상과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증시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며 "한·미 협상 결과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안정 여부가 외국인 수급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3900선이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빅 이벤트를 앞둔 경계감 속 숨고르기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증시 내 유동성 여건이 우호적인 상황을 감안했을 때 중기적인 국내 증시 상승 흐름은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