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향 현재로선 제한적일 듯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수급 재현 우려

미·중 간 기술 갈등 심화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또다시 ‘반도체 수급난’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자국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자 폭스바겐·BMW·포드 등 유럽과 미국 완성차 기업들은 조만간 부품 조달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현재로선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핵심 부품 조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6일 외신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넥스페리아의 자국 내 생산 제품에 대해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넥스페리아는 차량용 다이오드·트랜지스터 등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 회사다. 해당 회사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2019년 중국 윙테크가 인수하면서 실질적인 지배권이 중국 측에 넘어갔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제재 리스트 발표 이후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경영권을 제한했고,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수출 금지를 시행했다. 넥스페리아의 반도체 후공정은 약 80%가 중국 공장에서 이뤄진다.
문제는 이번 조치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폭스바겐, BMW, 포드, 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은 넥스페리아의 부품을 다수 사용하고 있다. 미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자동차용 반도체 출하가 빠르게 재개되지 않으면 미국과 다른 많은 나라의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다른 산업에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폭스바겐은 이미 일부 골프 라인 가동을 중단했고, BMW·스텔란티스·혼다 등도 공급 영향을 조사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재 국내외 공장의 생산 라인은 정상 가동 중이다. 그룹은 차량용 반도체를 다변화해 확보해온 만큼 당장 피해는 없지만, 향후 하이브리드·전기차 라인업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으며, 해당 이슈에 대해서는 계속 주의를 기울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코로나19 이후 번졌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재현될 것을 우려한다. 2021년 전후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는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차종에 따라 최대 30개월에 달했다. 여기에 중국이 희토류 및 영구자석 수출 통제 강화에 나서면서 전기모터·파워트레인 등 핵심 부품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나 희토류는 완성차를 제작하는데 필수적인 부품으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완성차 생산 라인 전체가 멈추게 되는 구조”라며 “장기화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