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통신망 동시 마비, 금융·행정까지 타격
“테러 물리적 공격 등도 대비해야”

23일 CNBC에 따르면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있는 통신사업자 텔레콤이집트의 데이터센터에서 올해 7월 합선으로 불이 나 근로자 4명이 사망하는 것은 물론 전화통화, 인터넷 접속 등 카이로 전역의 통신서비스가 끊겼다. 또 신용카드 결제·현금 자동인출기(ATM) 인출·온라인 거래 등 일부 디지털 금융 서비스도 마비됐다. 인터넷 감시단체 ‘넷블록스’는 “이집트의 전국 네트워크 연결성이 평소의 62%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인재뿐 아니라 자연재해도 디지털 인프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월 미국 코네티컷주를 강타한 겨울 폭풍으로 15만 명 이상이 정전 피해를 봤고 지역 내 한 데이터센터가 완전히 정전되면서 사법부 웹사이트와 경찰 자동화 호출 시스템 등 주정부 기관의 주요 네트워크가 마비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현상이 잦아지면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위험도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평가기관 XDI는 7월 공개한 ‘2025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후위험 및 적응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9000여 곳의 운영 중이거나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홍수, 열대성 폭풍, 산불, 해안 침수 등 8가지 주요 기후 재해 요인에 대한 현재 및 미래 노출 수준을 평가했다. 그 결과 향후 2050년 기준으로 기후위험이 가장 높은 데이터센터 허브는 미국 뉴저지, 독일 함부르크,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중국 홍콩, 러시아 모스크바, 태국 방콕, 덴마크 호베스타덴 등이며 이들 지역 데이터센터의 20~64%가 물리적 피해 ‘고위험군’에 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XDI 창립자 칼 말론 박사는 “데이터센터는 글로벌 경제의 조용한 엔진”이라면서 “그러나 극단적 기상현상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강력해지면서 우리의 디지털 세계를 떠받치는 물리적 구조물들이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집중화된 통신·데이터 허브도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애슈번은 세계에서 데이터센터가 가장 밀집된 지역 중 하나로 꼽히지만 이러한 집중화 자체가 ‘위험의 집중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하스 수브라마냐 미국 연방 하원의원(버지니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통신망을 공격하려 했을 때 타깃이 데이터센터였다”면서 “현재 버지니아가 수도인 워싱턴 D.C.보다 더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이버 공격이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이지만 폭염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환경적 요인 또한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동시에 극히 드문 경우지만 운영자들은 테러부터 악의적인 물리적 공격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