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호사카 유지의 일본은 지금] 다카이치, 어떻게 일본 총리 됐나

입력 2025-10-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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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대우교수, 정치학 전공)

일본 중의원(하원)에서 21일 실시된 총리 지명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과반수를 4표 넘은 237표를 얻어서 제104대 일본 총리로 선출됐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전날 정식으로 연립정권에 합의해서 자민당 소속 의원 196명과 유신회의 35명을 합하면 231표여서 과반수에 두 표 부족했지만 나머지 두 표는 자민당이나 유신회를 탈당한 의원들 7명으로 만든 ‘회파(의원단체)’ 사람들 일부를 설득해서 과반수를 만든다는 전략을 자민당이 실천에 옮겨 결과적으로 다카이치를 새 총리로 취임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카이치 총리 탄생의 계기가 된 것은 공명당과의 연정 체제 붕괴였다. 10일 공명당은 정식으로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이탈한다고 발표했다. 공명당의 사이토 테쓰오 대표는 그 이유로 ‘정치자금’ 문제를 들었고 그것이 청산되지 않는 이상 자민당과의 연정을 계속 이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자금 문제는 이시바 시게루 전 내각 때도 청산이 안 된 문제였는데 왜 이 시점에서 공명당이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자민당과의 연정을 이탈했는가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서 일본 정치 분석가들은 “다카이치를 자민당 총재로 만든 장본인이 아소 다로 전 총리이고 아소는 공명당을 심하게 싫어하니까 이 기회에 공명당과 연정을 해소한 것은 사실 그의 작전이었다”, “공명당은 친중파가 많은 정당이지만 다카이치는 반중파다. 그러니 외교노선이 맞지 않아 공명당이 스스로 이탈을 결심한 것이다” 등의 코멘트를 내놓았다.

그러나 공명당이 연정을 이탈한다고 통보하자 다카이치는 상당히 당황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자민당으로서는 공명당과의 연정을 계속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명당의 의석수는 24석이므로 자민당과 합해도 220석, 즉 과반수에는 13의석이나 모자란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자민당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하려면 다른 정당과 새롭게 파트너십을 맺고 ‘자민+공명+새정당’이라는 3당 연정 구도를 만드는 것이 다카이치와 아소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3당 연정이란 쉽지가 않다. 과거의 사례를 봐도 3당 중 한 정당이 몰락의 길을 갈 수 있다. 즉, 일본에서의 연정은 헌법에서 정해져 있는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운영 면에서 취약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 공명당은 원래 중의원에서 40석 이상을 자랑하는 정당이었지만 현재 의석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강경보수파가 많은 자민당과 중도인 공명당의 노선이 맞지 않아 결국 공명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공명당과 지지자들의 인식이다. 이에 공명당은 연정을 해소하는 것이 오히려 살 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경 보수인 다카이치가 자민당 총재가 됐고 그 후견인이 아소 다로라는 강경파이므로 공명당은 이 시점에서 연정 이탈을 결심한 것이다.

고(故) 아베 신조부터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까지 이전 내각에서는 자민당과 공명당을 잇는 역할을 스가 전 총리가 했다. 스가 전 총리는 공명당과 일본유신회에 넓은 인맥을 갖고 있으므로 그가 자민당과 공명당 사이의 의견 차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해 왔으나 다카이치 정권에서는 스가 전 총리는 사실상 실각했고 대신 공명당을 싫어하는 아소가 막강한 막후 권력을 갖게 됐다. 이것이 연정 해소의 큰 원인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자민당은 비상에 걸렸다. 야당 측은 정권을 교체하려고 입헌민주당(148석), 국민민주당(27석), 유신회의 3당 협의가 시작됐다. 이들 세 당의 의석 수는 210석으로 196석의 자민당을 상회하므로 국민적 지지율이 높은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를 총리로 세운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은 특히 안보문제에 있어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입헌민주당은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하지만 국민민주당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안보문제에 있어서의 양당의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었고 다마키 대표가 너무 정책적 일치를 강조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자민당과 유신회가 연정합의를 도출해 낸 것이다. 유신회는 이중 행동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야3당이 합의에 이르렀다면 정권을 교체할 수 있었지만 다마키 대표의 고집 때문에 절호의 기회를 야당 측이 상실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연정합의가 늦어지는 사이에 다카이치는 자신이 총리가 될 때의 새로운 장관들 명단을 발표했다. 다카이치가 총재 선거에서 마지막까지 싸운 고이즈미 신지로는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는 총무상으로 입각이 발표됐다. 고이즈미는 자신이 자민당 총재가 되면 유신회와 연정을 한다는 구상을 선거 때 밝힌 바 있다. 다카이치는 그런 고이즈미 측의 힘을 유신회와의 연정합의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아소가 회파 측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다카이치와 아소 콤비가 일본 첫 여성 총리를 탄생시킨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뒤 27일부터 29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총리와 회담한다. 그 후 29일 트럼프는 한국으로 이동한다. 한국에서 트럼프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조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이 열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의 관세문제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가 앞으로의 미·일 관계, 나아가 한·미·일 관계를 전망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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