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화오션 자회사 제재…조선·방산주 동반 급락
“단기 조정 불가피하지만, 상승 추세는 여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미중 갈등 재점화에 제동이 걸렸다. 14일 장 초반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키우며 3560선으로 밀렸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3400대에 머물던 지수가 3600선을 넘어섰다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에 불똥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2.74포인트(0.63%) 내린 3561.81로 장을 마쳤다. 전날(13일) 0.72% 하락에 이어 이틀 연속 내렸다. 지수는 3604.12로 출발해 장 초반 3646.77까지 치솟으며 지난 10일 기록한 종전 최고치(3617.86)를 넘어섰지만, 오후 들어 매물이 쏟아지며 급락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 3535.52까지 밀렸고, 코스닥지수도 1.46% 하락한 847.96에 마감했다.
주가 하락은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불붙은 영향이 컸다.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해운·조선업을 둘러싼 긴장이 확산됐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해사·조선업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한 대응 조치”라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했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한화 필리조선소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주는 중국의 제재 발표 직후 낙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한화오션은 5.76% 급락했고, 한화엔진(-7.42%), 삼성중공업(-4.72%), HD현대중공업(-4.06%)등이 동반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도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2조100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17% 웃돌았다. 3년 만의 최대 실적에 장 초반 주가가 9만6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9만1600원(-1.82%)으로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장중 43만6500원까지 상승했으나 41만1500원(-0.84%)으로 돌아섰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미중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다시 부각되면서 양국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확산되자 엔화 강세와 미 국채 금리 하락, 시간외 선물 약세 등 글로벌 시장 전반에 위험회피 심리가 나타났고, 한국 증시도 이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되면서 지수가 하락 전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며 미중 갈등 완화 기대감이 일시적으로 부각됐지만,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 조치가 발표되면서 오히려 긴장이 재확산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반도체주의 실적 개선을 필두로 증시 상승 추세는 하반기에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갈등은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까지 계속 시장에 불안을 주입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 사례를 미뤄보아 갈등 고조와 완화를 반복하는 노이즈(소음)에 국한될 것”이라며 “오늘 조정을 본격 하락 추세 전환의 징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APEC 회담을 앞두고 미중 간 치킨게임이 이어지겠지만 반도체와 방산을 중심으로 한 구조적 성장세를 감안하면 이번 하락이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이날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더라도 한국 증시는 구조적 성장 스토리의 한복판에 있다”며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3800으로 상향했다. 강세 시에는 4200선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AI 반도체와 전력·방산·K콘텐츠 산업이 이끄는 장기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미중 갈등으로 인한 단기 조정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 “정부의 주주정책 강화, 자사주 제도 개선, 배당세 완화 등 개혁 드라이브가 시장 체질을 바꾸고 있다”며 “한국 증시는 아시아 내 구조적 강세장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