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적용해 정밀의료‧신약개발 기대
향후 LG화학과 AI·바이오 협력 예고

LG가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정밀의료와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에서 제약‧바이오를 담당하는 LG화학의 연구개발 역량과 LG AI연구원의 기술이 더해지면서 그룹 차원의 AI-바이오 융합 전략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LG는 정밀의료와 신소재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은 정밀의료 AI 모델인 ‘엑사원 패스(EXAONE Path)’와 신소재 설계 플랫폼 모델인 ‘엑사원 케미칼 에이전트(EXAONE Chemical Agent)’로 구성된다.
LG AI연구원은 최근 엑사원 패스 2.0을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병리조직 이미지와 디옥시리보핵산‧리보핵산(DNA‧RNA) 등의 정보를 포함한 데이터를 학습해 유전자 변이를 예측하고 환자에게 최적의 항암제와 치료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연구원 측에 따르면 기존 유전체 검사가 2주 이상 걸리던 것을 1분 이내로 단축했으며 예측 정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78%에 달한다.
LG는 AI를 단순 모델이 아닌 의료현장과 신약개발 과정에 직접 연결되는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밴더빌트대 메디컬센터 황태현 교수팀과 협력, 암 환자의 조직·병리 이미지·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원인 규명과 맞춤 치료 전략 개발에 나섰다. LG AI연구원은 이 기술이 의료기관에서는 환자 맞춤 치료, 제약사에서는 임상 적합 환자 선별과 신약 성공률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엑사원 케미칼 에이전트는 신소재 설계 플랫폼으로 신약개발 포함 전지 소재나 화학물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주요 기능은 분자 구조 설계, 물성 분석, 타깃 발굴, 합성 가능성 예측 등이다. 신약 역시 화학 구조 설계가 핵심인 만큼 후보물질 탐색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과거 국내 제약‧바이오의 산실로 불릴 만큼 굵직한 성과를 냈다. 국내 제약사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은 국산 5호 신약 ‘팩티브’를 개발했고 2012년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19호 신약)’ 시리즈는 누적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후 삼성·SK 등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투자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바이오 사업을 키우는 동안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LG는 AI를 기반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LG는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AI-바이오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AI로 임상 효율화와 환자 맞춤 치료를 강화하는 가운데 LG는 국내 기업 중 가장 구체적인 정밀의료 AI-제약 융합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도 LG AI연구원과 LG화학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설계, 환자군 분석까지 AI 기반 정밀의료 전략을 접목해 신약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LG화학 관계자는 “앞으로 치료제 개발이 맞춤형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엑사원을 향후 신약개발 과정에 접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 엑사원을 활용한 파이프라인이 임상 단계에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유전자 발현 형태의 차이를 AI로 정밀하게 분석해 정교한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 역시 “LG의 AI 기술 수준이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LG화학과 연계한 신약 프로젝트로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