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향후 외교·통상 현안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갈등이 변수로 떠오른 데다, 교착된 한미 관세협상과 국정감사 대응 등 국내외 과제가 한꺼번에 겹치자 정국 구상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초 APEC 정상회의를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주도하는 다자 외교 무대이자, '실용외교' 구상의 분수령으로 삼겠다는 복안이었다. 한국이 미중 정상 간 간극을 메우는 '가교 외교'에 나서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복원과 북미 대화 재개의 동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는 'E.N.D 이니셔티브' 구상을 공개하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외교적 접근도 제시했다. 'E.N.D'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맞서 다음달 1일부터 100% 추가관세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을 예고하는 등 강경 기조로 선회하면서 외교 판이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 "APEC에서 시진핑을 볼 이유가 없다"고 공개 발언하며 회담 거부 의사까지 내비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의사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미중 대화의 여지는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한미 관세협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APEC 회담을 계기로 열리게 될 2차 한미정상회담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대통령실은 연휴 기간 총 4차례 회의를 열며 구체적인 협상 전략과 시나리오를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음 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총회에서 한미 재무수장 간 회동이 성사될 경우, 대통령실이 구상하는 관세 협상 재개 구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통상 현안과 외교 구도가 맞물리면서, APEC 이 외교·경제 현안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자리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조로 외교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미중 간 균형 외교를 지키면서도 관세 협상에서 실리까지 추구해야 하는 현실적 과제를 떠안게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한국이 주재국으로서 책임 있게 외교 일정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며 "한미 협상과 APEC 준비 모두 국익을 중심에 두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