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출범 6개월 만에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어렵사리 자문위를 꾸렸지만 첫 회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연금개혁 논의가 사실상 멈춰 섰다.
본지가 13일 복수 자문위원에게 확인한 결과, 자문위원들은 본인을 추천한 의원실 보좌진으로부터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는 통보를 받은 후 어떤 연락도 못 받고 있다. 당초 연휴가 지나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가 열릴 것으로 전망됐으나, 현재까지 첫 회의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연금특위는 지난달 30일 열린 4차 전체회의에서 공동위원장 2명을 포함한 자문위원 22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공동위원장은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다. 여기에 20·30대 6명과 전문가 14명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문제는 국회 일정을 고려할 때 당분간 자문위 회의 개최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달 13일부터 국정감사가 열리고, 이후에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진행된다. 통상 자문위 회의에는 연금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참석하는데, 다음 달까진 국회 일정 불확실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애초에 자문위가 늦게 구성돼서다. 연금특위는 4월 8일 이후 6개월여 만에 자문위원 명단을 확정했다.
자문위가 본격적으로 가동돼도 내년 상반기까진 생산적인 논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후반기 원구성이 예정돼 있어 특위 운영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자문위가 독자적으로 논의를 이끌어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는 평가다.
22대 국회 연금특위는 국민·기초연금과 특수직역연금, 퇴직연금, 주택·개인연금을 아우르는 구조개혁을 목적으로 출범했으나, 자문위는 국민연금 중심의 대립 구도가 21개 국회보다 복잡해졌다. 일례로 범여권 추천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 인상론’의 연장선으로 ‘국고투입론’을 주장하는데, 국민연금 국고투입 여부가 쟁점이 되면 후속 논의는 ‘국고투입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로 흐를 수 있다. 자칫 논의가 재정투입 공방으로 번지면 핵심 과제인 구조개혁 논의는 표류할 수 있다.
연금 구조개혁이 지연될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국민연금은 3월 ‘국민연금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적립금 소진이 불가피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재정수지는 2048년 적자로 전환되며 적립금은 2064년 소진된다. 다른 연금제도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특수직역 연금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각각 7조4712억 원, 2조1084억 원의 국가보전금이 투입됐다. 두 제도는 과거 저기여·고급여에 따른 만성적 적자구조로 세금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사학연금도 기금운용수익 등을 제외한 재정수지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매년 확대돼 2042년에는 적립금이 소진된다.
연금제도가 현 상태로 유지되면 미래 국민연금 가입자는 소득의 3분의 1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특수직역연금 보전금과 기초연금 지출 급증으로 조세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한편, 21대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는 보험료율·소득대체율 공방만 지속하다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당시 자문위에서도 자동조정장치 도입, 국고투입을 통한 미적립부채 청산(신·구 연금 분리론 등),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한 기초연금 수급범위·금액 조정, 퇴직연금을 활용한 국민연금 추가기여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으나, 보험료율·소득대체율 공방에 묻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