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 효능 부족…정부 규제 강화에도 여전한 인기

한국의 술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숙취해소제 시장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술자리에서 술잔 대신 숙취 음료를 돌리는 모습이 MZ세대의 새로운 예절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한국의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500억 원(닐슨IQ코리아 기준)으로,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주목할 점은 한국의 술 소비량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5년 이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꾸준히 줄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류 출하량도 2019년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인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은 숙취 해소제는 '해장국'이었다. 술을 마신 날이면 마지막은 어김 없이 해장국집에서 마무리하는 게 마치 문화처럼 자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식사가 아닌 간편한 숙취 해소제가 해장국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편의점에는 숙취 해소를 위한 각종 음료·젤리·스틱·알약 등이 즐비하다. 이들 대부분 헛개나무 추출물을 포함하고 있으며, 홍삼·밀크시슬·해조류 같은 성분이 활용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회식 문화 약화'와 'MZ세대의 건강·절제 지향' 등의 요인으로 술자리 자체는 줄었지만, 숙취해소제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고 분석한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숙취 제품을 미리 사서 술자리에서 나눠 먹거나 선물하는 것이 일종의 음주 예절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숙취해소제는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의 황태영 애널리스트는 “숙취해소제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틈새 산업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예외적으로 성숙한 시장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민텔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 세계에서 숙취해소제를 가장 많이 출시한 국가는 한국이었다. 한국 숙취해소제는 K-팝, K-푸드와 함께 K-컬처 붐에 힘 입어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다만 과학적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헛개 추출물의 숙취 해소 효능을 입증하는 연구가 이뤄졌음에도 상당수가 동물실험에 머물러 있으며 아직 인체 임상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10월부터 기업이 인체 임상을 통해 실제 혈중 알코올 수치 감소, 숙취 증상 개선 등의 증거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숙취해소' 문구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럼에도 숙취해소제의 인기는 여전하다. 직장인 A씨(26)는 "솔직히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격이 싸고, 먹으면 좀 나아지는 기분이 든다"며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