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주도’ 의약품 사업 확장 가능성 급부상
콜마비앤에이치 측 “가족 간 협의 진행 중⋯진전 있어”

콜마그룹 2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여동생이 경영해온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에 무난히 진입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잡았다. 아버지 윤동한 회장이 제기한 주식반환 소송이라는 변수가 남았지만, 이를 기점으로 그룹 전반의 경영과 사업 구조를 바꾸는 새로운 그림을 속도감 있게 그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28일 콜마그룹에 따르면 콜마홀딩스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는 26일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테크노파크에서 제12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윤 부회장 사내이사 신규 선임 건을 가결했다. 윤 부회장이 추천한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도 사내이사로 함께 선임됐다.
임시주총장에는 윤 부회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등 오너일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두 사람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출석주식수 중 찬성 69.9%(발행총수의 46.9%)로 무난히 통과됐다. 콜마비앤에이치 주가 하락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주총 결과로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는 기존 3대3 구도에서 5대3 구도가 되면서, 이번 안건을 올린 윤 부회장이 사실상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윤 부회장이 이번 이사회 장악을 기점으로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진 교체는 물론 사업 구조 개편 등 주요 의사 결정에 적극 관여하면서 향후 그룹 경영 체계 전반을 재정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주총 결과로 콜마홀딩스에서 콜마비앤에이치 경영 전반을 지휘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변화는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 교체다. 현재 콜마비앤에이치는 윤 부회장의 여동생 윤여원 대표이사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앞서 윤 대표는 윤 부회장이 제기한 이번 임시주총 안건을 두고 단순한 이사 선임 문제가 아닌 콜마비앤에이치의 독립경영을 보장한 (가족간) 경영합의 파기 시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경영권 분쟁에 있어 눈엣가시로 여겨지는 여동생을 윤 부회장이 조만간 쳐낼 가능성이 크다. 대표이사 교체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뤄지고, 이사회는 각 이사가 소집할 수 있어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 재편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콜마홀딩스는 이미 7월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기업으로 리포지셔닝(재정비) 계획을 밝혔다. 특히 의약품 위주 사업 확장 가능성이 대두된다. 업계는 이승화 전 부사장을 향후 콜마비앤에이치 최고경영자(CEO)로 세울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 전 부사장은 CJ제일제당에서 바이오사업부문 경영리더로 근무한 바 있다.
그동안 콜마그룹은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사업 3대 축으로 삼아왔다. 화장품은 한국콜마, 의약품은 HK이노엔, 건기식은 콜마비앤에이치가 각각 맡아왔다. 업계는 윤 부회장이 여동생의 경영 실패를 꾸준히 지적해온 상황을 볼 때, 콜마비앤에이치를 건기식이 아닌 의약품 사업 회사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윤 부회장은 의약품 사업에 지속 공을 들여왔다. 2016년 한국콜마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경영 전면에 나선 후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인수를 이끈 장본인이다. 이후 HK이노엔의 기업공개(IPO), 대한제당의 의약품 계열사 경영권 확보 등을 통해 사업을 키웠다. 성과도 고무적이다. 특히 ‘윤상현의 역작’으로 불리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은 HK이노엔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아 글로벌 확장 중이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앞으로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전문경영인 체제 복원을 통해 콜마비앤에이치를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재정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총 결과로 콜마그룹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10월 26일 콜마홀딩스 임시주총이 예정돼 있고, 윤 회장이 아들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반환 소송도 진행 중이다. 다만 콜마홀딩스는 윤 부회장 측 지분이 높아 주식반환 소송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가족 간 협의가 진행 중이며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윤여원 대표가 제기한 소송은 취하한 상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