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들어 연일 최고가를 새로 쓴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2%대 급락했다.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5.06포인트(2.45%) 내린 3386.05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3400선을 밑돈 것은 12일 이후 10거래일 만이다.
이날 코스피는 30.72포인트(0.89%) 내린 3440.39로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장중 한때 3365.73까지 밀리기도 했다. 장중 낙폭 기준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다음 날인 8월 1일(3.93%)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608억 원, 4888억 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4405억 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개인은 1조975억 원어치 저가 매수에 나섰다.
삼성전자(-3.37%), SK하이닉스(-5.47%), LG에너지솔루션(-3.32%), 현대차(-1.27%) 등 대부분의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파란불이 켜졌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17.29포인트(2.03%) 떨어진 835.19로 약세 마감했다.
이날 시장은 한미 관세 협상 난항을 둔 우려를 반영했다. 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그동안 다른 나라에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며 “(한국 정부가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금은 선불(up front)”이라고 언급했다.
투자금 성격이 대출이나 보증이 아닌 현금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지 않은 기업 의약품에 대해 다음 달부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점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큰 폭으로 개선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확정치)은 3.8%로 잠정치(3.3%)를 크게 웃돌았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1.8원 뛴 1412.4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에서 장중 1410원대를 넘은 것은 5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통상 달러당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은 환 손실을 피하기 위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는 경향이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된 협상’에 대한 의구심과 추가 협상 진전 미진이 원화 약세 주요 원인이자 외국인 주식시장 자금 이탈을 야기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며 “대형주 차익실현에 지수 낙폭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