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피크’도 중국 골프웨어 1위와 손잡아
“패션은 애국소비 덜해⋯지금이 블루오션”

국내 패션기업의 중국 시장 공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K뷰티 붐을 주도 중인 화장품기업이 중국에선 맥을 못 추는 가운데 내수 침체에 빠진 K패션 기업에겐 아직은 중국이 ‘블루오션(신흥시장)’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를 필두로 국내 패션기업들이 잇달아 중국 현지 기업들과 손을 잡는 등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최근 무신사는 중국 최대 규모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스포츠와 손을 잡았다. 지난달 안타스포츠와 합작법인 ‘무신사차이나’를 설립하고 공통 투자를 단행했다. 무신사는 합작법인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무신사차이나는 중국 시장 내에서 무신사 스탠다드와 무신사 스토어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주도한다. 안타스포츠는 합작 법인 이사회를 통해 전략적·재무적 관리 역할도 수행한다.
무신사는 중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티몰’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현지 소비자를 만난다. 19일 무신사 스탠다드 플래그십이 문을 열었고, 10월 중순에는 무신사 스토어 플래그십을 오픈한다. 특히 무신사는 현지 배송 체계를 구축해 K패션 직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를 전개하는 감성코퍼레이션은 최근 중국 골프웨어 기업 비인러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비인러펀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중국 골프 국가대표팀의 공식 의상 제작을 맡은 중국 내 골프웨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감성코퍼레이션은 아웃도어 시장 전점을 목표로 비인러펀의 유통망과 마케팅 힘을 빌린다. 비인러펀은 중국 전역의 주요 백화점과 고급 쇼핑몰에 14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중국 전역 핵심 상권에 프리미엄 매장을 열 계획이다. 중국 소비자를 위한 전용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패션 제조사들의 경우, 한국패션협회가 최근 주최한 K패션 수주전시회 ‘트렌드페어 2025’에 홍콩·상하이 럭셔리 시장을 주도하는 ‘K11’ 등 중화권 주요 바이어를 초청, 판로를 넓히는 데 집중했다.
이처럼 K패션 기업들이 현지 기업과 손을 잡고 중국에 계속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2위의 시장이지만, 난도가 높은 시장이다. 영업에서 ‘꽌시’(좋은 관계 유지)가 중요성이 크고, 넓은 영토에 맞춘 기후를 고려해야 하며 경제 발전 속도가 지역별로 다르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정치상황도 중국 진출 시 어려움으로 꼽힌다.

특히 급변하는 정치 상황은 K뷰티에 큰 시련을 안겼다. 앞서 K뷰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한한령(限韓令) 등으로 역풍을 맞았다.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트렌드로까지 이어지면서, 높은 중국 의존도는 K뷰티 대기업의 약점이 됐다. 결국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은 현재 수출국 다변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K뷰티와 K패션의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본다. 패션은 다른 분야에 비해 애국소비 영향이 덜하고, 라이선스 브랜드이 ‘K브랜드’ 이미지를 상대적으로 희석할 수 있다.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F&F의 MLB 역시 현지에서 글로벌 브랜드라는 인식이 있는 편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스포츠 산업 육성 정책도 패션산업 부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스포츠 산업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1.6% 성장했으며, 중국은 2030년까지 스포츠 산업 규모를 7조 위안(약 1378조 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관련 의류 시장 성장세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직 중국 패션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지금 선점해야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꽌시가 중요한 나라라 직진출, 라이선스 등 다양한 형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