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원장 물밑 역할 추측도…“공공기관 지정 저지 투쟁 계속해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조직개편이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빠지면서 금감원 안팎에서는 안도의 분위기가 읽힌다. ‘금소원(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았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달 9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17일간 ‘검은 옷 시위’를 이어왔고, 전날 밤에는 직원 1400여명이 모여 야간 장외집회를 열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국회 앞에 모인 직원들은 “관치금융 중단하라”를 외치며 반발 의지를 드러냈다.
25일 오전 11시20분께 정부여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려던 금융당국 개편안을 원위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금감원 직원들은 환호했다. 기쁨을 나눈 직원들은 동시에 “이제 남은 목표는 공공기관 지정 철회”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날까지 1인 시위를 진행했던 오창화 전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결정은 원래 있으면 안 되는 일을 막은 것일 뿐”이라며 “언론 등에서 금소원 분리에 따른 부작용을 계속 지적한 게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금감원에서 시도했다가 부작용을 겪고 실패한 분리를 다시 추진하려 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막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이찬진 금감원장의 물밑 역할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원장은 이달 16일 정부 조직개편에 ‘수용’ 의견을 밝혔지만, 수차례 내부 간담회를 열어 저연차 직원들까지 만나며 의견을 듣고 금소원 분리에 반대하는 개인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24일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뉴욕 방문 일정에 동행 중인 이 원장이 이 대통령에게 금감원 내부 분위기와 금소원 분리 시 부작용 우려 등을 직접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금감원 직원은 “원장님 역할이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당초 수석부원장이 직원 간담회에서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못 박았던 것과는 다른 시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제 “공공기관 지정 철회에 집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에서 금감원의 집단행동이 금융위원회에까지 영향을 미친 만큼, 금융위도 향후 논의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 금감원 직원은 “정책 기능이 금융위에 존치되는 만큼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이 이뤄지더라도 초기 안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진 것"이라면서도 "향후 금융위가 기재부와의 힘겨루기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