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 강점과 SW 융합 생태계
에너지 전환 시대 탄소 감축
로봇 서비스ㆍ디지털헬스 등
차세대 산업군 핵심기술 주목

한국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은 어떠한 빅딜을 성사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에너지 전환·로봇·헬스케어 등 신성장 산업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핵심 격전지로 떠올랐다. 시장 진출 시점이나 핵심 기술 확보 등 목적에 따라, 각 산업군별로 인수합병(M&A)이 한층 더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ARM과 같은 반도체 지식재산권(IP) 기업이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지만, 시스템 반도체와 설계 역량은 여전히 취약하다. ARM이나 핵심 툴 기업을 확보한다면 한국형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완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석근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역량이나 기술이 아직 부족하더라도 시장 수요가 커지는 시점을 감안하면, 자체적으로 키우기보다 더 나은 기술·특허를 가진 회사를 인수하는 편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AI 소프트웨어도 빅딜 후보로 꼽힌다. 데이터·모델링·컴파일러 등은 반도체와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필수 요소지만, 국내 기업은 아직 글로벌 플랫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드웨어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이 AI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한다면,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결합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분야가 중요하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나 재활용 업체는 전력망 안정화와 탄소 저감, 재생에너지 확대에 직결된다.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지키려면 단순 생산자에서 벗어나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해외 ESS 기업 인수가 유력한 카드로 꼽힌다.
이 교수는 “해외 진출을 원해도 국가별로 진입을 위한 라이선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접 취득하기는 까다롭지만, 해당 기업을 인수하면 라이선스를 함께 확보할 수 있어 규제를 피하고 빠르게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산업 역시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차세대 M&A 분야다. 물류·제조·헬스케어 로봇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해법이자, 서비스 시장의 신성장 동력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 로봇 기술 기업을 인수해 시장에 진입한다면,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디지털 헬스와 바이오 데이터 기업이 주목된다. 고령사회에 대응해 의료 시스템을 혁신하고, 데이터 기반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확대하는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연이어 뛰어드는 이 시장에 한국 기업들도 참여하지 않는다면, 의료·바이오 데이터 주도권은 해외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다.
실제 기업별 시나리오도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LG전자가 미국 로봇기업을 인수해 가정·서비스 로봇 시장 교두보를 확보하는 방안, 현대차가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과 합병해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 시장 진입을 가속하는 그림은 현실적인 선택지다. SK는 글로벌 ESS 기업 지분 확보를 통해 재생에너지·전력망 지배력을 키울 수 있고, 카카오와 네이버는 해외 생성형 AI 스타트업을 인수해 AI 플랫폼 경쟁력을 도약시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