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상옥' 논란이 일었던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결국 백지화 됐다. 생산적 금융 전환과 배드뱅크 설립,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 주요 과제들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25일 이재명 정부가 추진했던 금융위원회 등 금융정책·감독 기구 개편 방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강행된 조직 개편에 강력 반대하며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예고하자, 정부·여당은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을 제외하는 대신 나머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야당의 협조를 얻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결정으로 금융권 안팎의 시선은 다시 정책 현안으로 모이고 있다. 가장 먼저 속도를 낼 것으로 거론되는 건 ‘생산적 금융’ 전환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취임 직후부터 혁신기업·첨단산업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자본 규제 완화와 정책금융 보완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부동산 편중을 벗어나 미래 성장동력에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개혁이 핵심이다.
부실채권 처리와 관련해 배드뱅크 설립 논의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소상공인 부실채권을 흡수·정리하는 역할을 맡을 별도 기구 마련은 금융권의 오랜 과제다. 최근 PF 익스포저가 줄고 연체율도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과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다. 디지털 자산 시장 성장에 맞춰 제도권 안에서 안전한 결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존 논의를 재개하고 국회와 협력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제도적 토대가 마련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그동안 금융당국 리더십 부재와 조직개편 논란이 맞물려 시장의 혼선이 컸다”며 “이제는 생산적 금융, 부실채권 정리, 자본시장 활성화 같은 핵심 과제들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연착륙, 코로나19 만기연장 종료 이후 자영업자 지원, 기업대출 양극화 해소 등 현안 점검 회의를 잇달아 열고 있다. 조직개편이라는 '외부 변수'가 사라진 만큼 금융당국은 정책 드라이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활용해 금융당국이 보다 분명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간 감독체계 개편 논란이 금융권의 시선을 분산시켰다"며 "이젠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큰 틀의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