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산업기술 유출은 ‘국가안보’ 범죄

입력 2025-09-2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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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글로벌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각국이 기술주권 확보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산업기술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의 ‘산업기술 유출 검거 현황’에 따르면 해외 유출 건수는 2021년 9건에서 2024년 27건으로 3배 늘었고, 이 중 국가핵심기술 유출은 같은 기간 4배 이상 증가했다.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재판 건수 역시 2020년 14건에서 2024년 58건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내 사례로 반도체 공정 핵심 기술을 해외 기업에 넘기려다 적발된 사건에서 수년의 실형이 선고되었고, 바이오 분야의 국가핵심기술 문건을 대량 반출하려던 전직 직원도 징역형을 받았다. 최근에는 차세대 메모리와 이미지센서 관련 자료를 무단 촬영해 해외 이직을 시도하다 구속된 사례도 있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 유출 사건에서 두 자릿수 형량을 구형하기도 했다.

산업기술 유출은 영업비밀 침해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영업비밀 침해는 주로 기업 간 경쟁에서 발생하며, 비공지성·비밀관리성·경제적 유용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보호 목적도 개별 기업의 이익에 집중된다. 반면 산업기술 유출은 국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을 대상으로 하며, 국가안보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는 공공적 성격을 지닌다. 지정된 기술은 별도 요건 없이도 보호가 가능하고, 필요 시 국가는 직접 개입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기술 유출을 점점 더 안보 문제로 인식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경제스파이법(Economic Espionage Act)을 통해 연방수사기관이 산업스파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최대 20년형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대만은 2022년 개정된 국가안전법을 통해 반도체 등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중국 역시 핵심 기술 유출을 국가안보 침해로 규정하며 강력히 처벌한다.

우리나라도 2025년 7월부터 시행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국가핵심기술 지정·관리 절차를 정비하고, 침해 행위의 범위를 넓혀 처벌을 강화했다. 그러나 사건마다 형량 편차가 크고, 보호대상 기술 여부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감형되는 사례가 많다. 핵심기술 범위를 확대하고, 국제 공조 체계를 구축하며, 인력 유출 관리와 기업 보안 역량을 강화하는 등 보완이 시급하다.

산업기술은 이제 국경 없는 전쟁터의 무기다. 기술 유출은 특정 기업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경쟁력과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법과 제도의 강화는 물론 사회 전반의 경각심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우리의 미래 산업 기반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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